그림책방

서점에 유독 철학책이 많이 보이는 것은 남편과 본인이 좋아하는 철학책을 갖다 놓아서였다. 그러니까 서점을 열 때 책을 팔아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것에 의미를 더 많이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비어 있는 상가에 사람이 채워지고, 인근에 그림책을 경제적 성공으로 가는 도구가 아닌 문화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책방 주인도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좀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면 좋겠다.

어디에 눈을 두어도 오색의 낙엽들이 후드득 떨어지는 중이다. 바람의 온도차는 어제와 사뭇 달라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 초 남양주 곰씨네 그림책방을 찾았다.
블로그에 적힌 주소를 들고 네이버 길찾기에 의지해서 버스를 타고 중간에 한 번 갈아타고 내리라는 곳에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면 1분 거리라고 했는데 서점처럼 생긴 곳이 없다. 새로 생긴 도시는 간판들이 어지럽고 낯설고, 춥다. 골목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전화를 했다. 사실은 주인 앞에 짠! 하고 나타나려고 했는데 계획대로 안 되었다.
새로 생긴 도시에 있는 새 건물 3층이다. 사실 주인에게는 초면이라 전혀 티를 안 냈지만 이런 곳에서 책방을 하면서 임대료는 마련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올라가니 곰씨의 싸인이 보이고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온갖 그림책들이 가득한 책방이다. 책 만지는 사람들의 고칠 수 없는 병이겠지만 서둘러 들어가고 싶었다. 익숙한 그림책들이 마구 눈에 들어온다. 서가 구성과 인테리어에 공들인 흔적이, 무엇보다 주인의 애정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주인장이 타 주는 커피를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사람이 모이지 않을 법한 신도시 새 건물 3층에 그림책방을 차릴때까지 히스토리가 궁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알고 보니 책방 주인은 출판 동네에서, 서점 동네에서, 책 주변에서 오랫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 왔다. 어린이 책 기획 집단인 ‘우리누리’에서 정보책, 동화책, 그림책, 부모를 위한 책, 그림책 이론서 등 다방면에서 다양한 책들을 썼던 인기 작가였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부모들과 함께 오랫동안 그림책 함께 읽기를 해 오는 중이기도 하다.
곰씨네 그림책방은 2019년 3월에 신도시 새 건물 3층에 자리를 잡았다. 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서점이 있는지 모를 만큼 숨어(?) 있는 편이다. 새것은 낯섦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이미지다. 서점 곳곳에서 그림책 전문가인 주인의 선택을 받은 좋은 그림책들이 가득하다. 주인의 손길들 덕분에 바깥세상과는 달리 아늑함, 편안함이 가득해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곳곳에 책을 볼 수 있는 의자들이 준비되어 있고, 주머니에 넣고 싶은 작은 인형들, 아무 생각 없이 집어도 실패하지 않을 좋은 책들로 가득하다.
이 모든 것들과 함께할 독자들이 이 공간을 마냥 이용해 주면 좋을 텐데 조금 더 시간이 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주인은 그다지 조급하지 않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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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한다.
책방 안에는 곰돌이 가족을 비롯해 곳곳에 곰씨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책방 이름을 곰씨네로 한 것이 궁금했다. ‘남편이 책방 주인을 평소에 곰 같다고 곰이라고 부르는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곰이 많아서 곰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곰씨네’가 되었단다. 책방 주인은 물론 전혀 곰 같지 않았고, 부부의 알콩달콩한 삶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여튼 서점 안 곳곳에 곰씨들이 많다. 그것이 주는 친근한 이미지가 곰씨네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여겨지게 한다. 이런 공간들이 오래가야 하는데 역시나 임대료가 걱정이 되었다.
책방 주인은 바로 옆 공간에서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책 읽고 철학 수업을 한다고 한다. 여기서 나오는 비용이 임대료를 메워 주고 있었다. 주인은 덕분에 보고 싶은 책을 맘껏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주인은 꽤 오래전 이미 어린이 전문서점에서 활동했고, 출판기획집단에서 기획하고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했다. 아이들과 부모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다방면으로 능력자다. 그만큼 부지런히 읽고 쓰고, 만나는 작가이자 교사이자 교수이자 엄마이며 서점 주인인 셈이다.
서점에 유독 철학책이 많이 보이는 것은 남편과 본인이 좋아하는 철학책을 갖다 놓아서였다. 그러니까 서점을 열 때 책을 팔아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것에 의미를 더 많이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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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상가에 사람이 채워지고, 인근에 그림책을 경제적 성공으로 가는 도구가 아닌 문화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책방 주인도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좀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면 좋겠다.
‘서점을 열고 놀란 것이 아직도 엄마들이 전집을 그렇게 선호하는지 몰랐어요.’라고 한다.
엄마들은 단행본 책을 산다는 의식이 전혀 없고 그림책은 전집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더란다. 엄마들이 아이들 책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전집 판매원이 하는 말을 너무 잘 듣는다고 한다. 책방 주인은 아이들 책은 아이들이나 읽으면 그만이라는 좀체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엄마들 생각을 바꾸어 가야 할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서점을 열면 사람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면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어야지 했는데 안 오더란다. 새로운 도시에 모여든 사람들은 아직은 서로의 온기를, 그것도 책으로 나누기에는 낯설어서 그럴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기대를 품어 보기로 했다.
책방 주인은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림책으로 철학하기, 소설 읽고 여행 가기, 그림책 공부하기, 함께 공원 산책하고 글쓰기, 주제별 그림책 읽기와 인문학 공부, 가족들이 함께 소리 내어 책 읽기, 고전 읽고 토의하기, 그리고 책 팔기 등등이 그것이다. 한 장짜리 종이를 접어 8페이지로 만든 ‘곰씨 그림책방에 오다’라는 서점 홍보용 팸플릿에 적힌 내용이다.
이 중에서 현재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 그림책으로 철학하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른들하고는 매주 목요일 낮 10시부터 12시까지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를 진행한다. 누구라도 ‘그림책을 읽고, 철학적 대화를 합시다!’를 하는 것이다.
그림책을 읽고 생각하고 대화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면 매주 목요일에 곰씨네 그림책방을 찾으면 된다. 참가비가 10,000원이다. 공간도 대여해 준다니 필요하면 손을 내밀면 되겠다.
책을 읽는 일은 아이도 어른도 둘레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문화 예술을 경험하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그것은 저마다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힘이 될 것이다.
‘곰씨네 그림책방’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서점을 열어 놓고,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 늘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와 그림책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면 곰씨네 그림책방으로 가 보자.
가거든 꼭 그림책 한 권이라도 구매하는 센스를 발휘하도록 하면 좋겠다. 마음에 들어오는 책이 없다면(그럴 리야 없겠지만) 선물용 도서를 구매하자. 곧 선물하기 좋은 계절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