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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란 책을 파는 곳이다. 즉, 사고파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업의 현장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책방의 규모가 어떠하든 주인은 최선을 다해 책을 진열하고, 손님의 발길과 눈길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여기 참 ‘이상한 책방’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 꽃창포길 16번지의 작은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발전소책방.5’ 더 정확히 말하면 ‘발전소책방 5협동조합’. 그러나 변변한 간판도 아니다. 책을 파는 문화와 지식의 터전이라는 일종의 지적 허영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우리가 잘못 찾아온 건 아닌가, 하며 쭈빗 문을 열자, 꽤 깊이 있는 커피 내음이 진하게 몰려왔다. 책방발전소가 아닌 커피발전소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여기 책방 맞나요?
책방이라기보다는 발전소이지요. 발전소 아시죠? 전기를 일으키는 시설을 갖춘 곳을 발전소라고 하잖아요. 그냥 책을 사고파는 곳보다는 책 문화, 더 나아가 생활 문화 예술을 건강하게 일으키기 위한 발전소 역할을 하는 곳이지요. 2016년에 그저 책과 사람을 좋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문을 열게 되었지요.
발전소책방.5라는 이름답게 5명의 책방지기 중 한 사람인 이정은씨가 시원하게 웃으며 답해 주었다. 커피점과 책방이 함께 공존(?)하는 이곳에는 ‘이 책을 사시오!’ ‘ 이 정도 책은 읽어야 교양인이지요!’라는 홍보 문구 한 장 붙어 있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 책방발전소의 하루는 어떠한가요?
5명의 책방지기들이 일정표를 짜서 교대하며 나오는 그런 구조는 아닙니다. 그래서 한두 사람이 나오거나. 다섯 사람 모두 나와 책방을 꽉 채울 때도 있지요. 편집자 출신도 있고,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했던 사람들이 모인 겁니다.
저는(이정은씨) 대학에서 ‘벼 육종학’을 전공했는데, 교하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발전소까지 차리게 되었지요.
아침마다 이 책방과 커피점 문을 여는 것이 마치 이 지역이 사람이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빛의 발전소 같아요. 왜냐하면 모두들 학교를 가거나 출근하고 나면 텅 빈 동네처럼 되거든요. 딱히 지역 주민들이 차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이 없기에 이곳은 이야기 사랑방이나 작은 도서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책방 주위에 줄지어 선 빌라. 아직 텃밭으로 남아 있는 땅들, 그래서 책방발전소는 영화 속 고속도로의 주유소처럼 느껴졌다.

발전소책방과 지역 문화 발전과 관계는 어떠한지요?
우리의 장점 중 하나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겁니다.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가진 사람들이 모였기에 일하기가 아주 즐겁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기도나 파주시의 지원을 받아 사람과 책,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일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지요. 그중 하나가 ‘디어(Dear) 교하’라는 타블로이드판의 계간지로, 40페이지가 훌쩍 넘는 올 컬러입니다. 편집, 취재, 기사작성, 디자인, 인쇄. 배포 등등 모든 과정을 시민들이 하고 있어요. 자기 돈 내고, 자기 시간과 땀을 흘려가며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운동을 하는 겁니다.
디어 교하는 책 이야기가 그득하다. 파주시가 아무리 책 도시로 유명하고, 좋은 도서관이 많다지만 역시 이곳에도 문화 사각지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사회적 계급장을 떼고 커피 한잔 나누며 마음껏 책과 사람 이야기를 나누고픈 목마른 사람들도 있다. 그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바로 발전소책방.5이며, 그들의 일기장같은 것이 잡지 디어 교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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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일들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역시 사람이지요. 보시다시피 책방 주위가 거의 원룸이거나 빌라들이라서 대부분 일을 하러 나가는 젊은 사람들이거나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지요. 그러다 보니 정작 책방 문이 열린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어요. 더구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이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겨서…. 하지만 신기한 것은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어린이 책도 지금보다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또, 일부러 지방에서까지 찾아오세요. 소박한 문화 프로그램도 적극 참여해 주시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늘 만원사례랍니다.

책방지기로서 아침마다 책방 문을 여는 마음은 어떠한가요?
이 지역은 너무도 조용한 곳입니다. 그러나 발전소책방에서 작은 행사라도 하는 날에는 동네잔치가 되어서 떠들썩해지고, 웃음소리, 노랫소리로 흥겨워집니다. 책방을 사랑하는 주민들이나 회원들이 자원하여 음식을 장만하고, 막걸리도 준비하거든요. 정말 마음 같아서는 일 년 열두 달 날마다 책방에서 책 잔치를 하고 싶을 정도이지요. 작은 책방에서 벌어지는 주민들과의 소통을 생각하면 아침마다 책방 문을 여는 마음이 행복하지요.

발전소책방.5의 많은 계획과 소망 중 들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요?
책방 주위에 의외로 많은 독립출판사, 1인 출판사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그분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협력하고 있지요. 협력이라고 해야 그 출판사들의 책을 널리 알리고, 새 책이 나올 때마다 할 수만 있다면 작가와의 만남 등을 갖지요. 책방은 좋은 책이 있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책도 살고, 출판도 살고, 책방과 사람도 같이 잘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발전소책방의 역할이며, 그것을 잘 해 나가는 것이 소망이랍니다! 발전소는 결코 멈추면 안 되는 곳이다. 멈춘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이처럼 발전소책방.5도 멈추지않고, 사람들에게 ‘책빛’과 ‘책힘’을 전해 주길 축복하며,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