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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 골목에 위치한 ‘조은이책’은 그림책 전문 책방이다. 따뜻한 이름처럼 거기에 가면 좋은 책들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은 책방 ‘조은이책’은 2019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작고, 따듯하고 정감 있는 그림 책방이다.
조은희 대표는 이미 콘텐츠 기획자이다 서점 탐험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어린이 책을 만들어 온 현직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세운 그림 책방이니 남다른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책방은 든든한 동지이자 딸이 맡고 있지만 그녀의 다양한 경험과 책방 철학이 기반되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하고 책방을 찾아갔다.

책방 투어를 많이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딸이 살고 있는 미국에 갔다가 미국 서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 서점에 다녀온 후에는 출판 전문 잡지 ‘기획 회의’ 에 미국 서점 탐방 연재를 4회 했고, 작년 한 해 동안은 서점을 ‘해외 문화 플랫폼’으로 바라보며, 서점과 연결할 수 있는 문화적인 것들을 함께 소개하게 되어 <해외의 문화플랫폼에서 책의 길을 엿보다>라는 주제로 연재했습니다. 이 시리즈로는 12번을 연재했는데 중국, 뉴질랜드, 유럽 등 열두 지역을 소개했습니다.

그럼 책방을 다닐 때 주로 문화와 관련된 부분을 주로 보시겠어요.
문화와 관련된 부분도 본다고 해야겠죠. 책방에 가면 가장 먼저 보는 건 역시 ‘책’입니다. 책방마다 어떻게 분야를 나눠 놓았나, 책방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책방을 오픈하는 데 있어 크게 참고하거나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책방을 다니며 더 깊어진 생각은 역시 책방에는 책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책이 잘 안 팔린다고 해도, 역시 책방에는 책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상해에 있는 한 서점 대표에게 들은 말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반경 1km 안에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SNS를 보고 방문하는 서점이 많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지역 내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현재는 지역 사회에서 특별히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지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갖추고, 지역에 기반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성산동에는 오랫동안 터를 내리고 살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 젊은 부부, 싱글도 많습니다. 책방 근처에는 중고등학생이 다니는 학원도 있고, 길 건너에는 초등학교도 있죠.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모두 있는 동네라 지역 주민이 원하는 책들을 모두 구비해 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간판 아래에 ‘원하시는 책 구해 드림’이라고 써 놓고, 필요로 하시는 책을 주문해 드리기도 합니다.

원래부터 책방을 하려고 하셨나요?
책방을 하는 건 제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출판사 생활을 해 오면서 나중에 출판사를 안다니게 되면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죠. 책방을 하면 여러 책, 출판사를 만날 수 있잖아요. 그러다가 드디어 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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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붐이 일어나는 시기에 책방을 오픈해서 좋은 점이 많은지 궁금합니다.
좋다, 안 좋다 생각은 안 해봤고요, 다만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책방 붐이 일어나고 이런저런 책방이 알려지는 걸 보면서 ‘내가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은 있었어요. 책방을 준비하면서 여러 책방을 방문하고, 관련 강의도 들어 보면서 이게 만만치 않은 일이구나 생각은 했었죠. 앞서서 잘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도 했고요.

인상 깊었던 손님이 있었나요?
책방 문을 연 날 첫 번째로 책을 사 가신 분이 동네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들어오시더니 할머니가 로맨스 소설을 찾으신대요. 로맨스 소설을 따로 가져다 놓은 게 없어서 어떤 책을 드릴까 하다가 드라마, 영화로도 나온 책들을 모아 둔 ‘원작 책이 더 재밌다’라는 코너에 진열해 두었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소개해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방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주로 저자 강연입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자 강연을 하려고 합니다. 책하고 관련 없는 강연을 할 생각은 없고요, 기본적으로 제가 책방을 오픈한 것도 출판 생태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행사를 할 때는 출판/책과 관련된 걸 하려고 합니다.

출판사와 서점을 함께 하시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출판업을 병행하고 있어서 좋은 점은 일단 저희 회사 입장에서 보면 출판사의 책을 책방에서 집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실질적인 판매량과 비례하지는 않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신간 작가 행사를 하게 되면 저희 책방에서 진행을 해요. 행사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책을 홍보할 수도 있잖아요. 행사라는 건 그 자체로 책을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행사의 진행 과정이 홍보거리가 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또한 출판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이라고 하면 출판사의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고를 때 편리하기도 하고, 출판계에 지인들이 많아 책을 수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죠. 가끔은 책방과 성격이 안 맞는 책을 샘플로 보내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럴 때는 조금 난처하기도 하답니다.

책 진열은 어떤 기준으로 해 두셨나요?
코너마다 주제가 적혀 있습니다. 주제를 가지고 큐레이션을 한 거죠. 처음에는 저와 책방지기가 각각 좋아하는 분야로 세팅을 했고요, 그 뒤에는 책이 바뀌는 것들을 조금씩 반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책과 함께,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확장이 돼서 상품으로 연계되어 있는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원래부터 책에서 확장된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 관련 상품들도 많이 수집을 했고요, 서점에도 제 물건들을 많이 진열해 두고 있습니다.

시즌이나 이슈를 반영한 큐레이션도 하고 계신가요?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책장이나 평대는 그때그때 시즌에 맞게 진열 합니다. 정해 놓은 주기는 따로 없고 반영할 만한 일이나 주제가 있을 때 바꾸는 편입니다. 봄에는 봄 관련 책들을 모아 놓기도 했고, 그 뒤에는 여성 작가의 책을 모아 두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4월, 5월과 관련해서 노란색 표지를 가진 책들을 진열해 보았습니다. 또한 창가 쪽 테이블에는 5월을 맞아 아이들, 부모님을 포함해 가족들에게 선물하면 좋은 책들을 따로 진열했습니다.

가장 잘 팔린 책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반응이 뜨겁고, 잘 나가기도 했던 건 『그림책 테라피가 뭐길래』였습니다. 작가 강연도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책도 많이 팔렸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작가 강연을 했던 책들이 반응이 좋았고요. 요즘은 작은 책방 에디션으로 판매하는 책들이 잘 나가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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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하는 서점이 되고 싶은가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동네에서 오래오래 운영하며 ‘백년서점’으로 남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SNS 홍보할 때도 ‘백년책방’이라는 해시태그를 넣기도 해요.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책방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게 큰 꿈이고요, 결국은 하나하나를 쌓아 가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또한 책은 지식, 지혜, 감동을 주는 등의 큰 가치도 가지고 있지만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면 ‘이야기’와 ‘캐릭터’가 가지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것들을 부각해서 보여 줄 수 있고,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도 계속 가져가려고 합니다.
출판사, 책방 일을 병행하느라 몸이 힘들 것 같다는 걱정에 ‘아주 힘들지는 않아요. 책방 운영은 책방지기가 주도적으로 해 주고 있고, 원래 회사를 다닐 때에도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가서 쉬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하며 웃는 조은희 대표를 보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