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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와 관련해서 꼭 만나야 할 작가가 있다. 일제강점기 뼈아픈 역사를 다룬 동화를 끊임없이 써 온 동화 작가 장경선이다. 그는 오랜 시간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작품을 써 왔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를 5권이나 썼다.
올해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과도 잘 맞는 작가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정보가 잘 드러나지않아 궁금하기만 하던 작가를 경기도 파주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일본군 ‘위
안부’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신 바로 다음 날이었다. 첫인상이 자그마한 체구에 수줍은 소녀같다. 동화 작가 장경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가 역사동화 한 권을 쓰기 위해 꾸준히 공
부하고 얼마나 고민해 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우리 역사 중 특히 일제강점기에 주목하고, 그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 모두가 고통 받은 시대였으며, 지금까지도 왜곡된 부분이 많습니다. 친일파 문제와 한일 관계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일제강점기에 청산하지
못한 문제가 지금의 우리들 문제가 된 거죠. 이렇듯 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일이 무척 중요하지요.
역사동화를 쓰는 작가들이 많아져 일제강점기를 다룬 다양한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시대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기억해야 하니까요.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바로 평화
의 시작점이기 때문이지요. 전 문학의 힘을 믿어요. 저 역시 작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알리는 단계를 넘어, 독자들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문학적인 표현
과 서사에 공을 들이고 있지요. 역사동화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이 좋은 작품을 쓰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일제강점기 이야기뿐 아니라 앞으로 더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뤄 보고 싶어요. 제 고향이 경북 상주라 문경과 아주 가까
운데 거기 석달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모조리 학살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 마
을에 살던 열세 살 소년이 겪은 전쟁 이야기를 써 볼 작정이에요.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서 파괴된 한 인간, 이유도 모른 채 희생당한 개인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요. 또 언젠가는 해방 직후 미군정기도 다루고 싶고요.

미군정기, 반민특위는 정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와도 여전히 밀접한 문제인데요. 그때 청산하지 못한 미군정기의 잔재들이 지금까지 남아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고, 여전히 외세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정치, 경제적 상황을 겪고 있잖아요. 어쩌면 일제강점기나 해방 직후보다 더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데도 각인하고 있는 작가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 시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핑계를 변명 삼아 보지만, 작품을 선뜻 쓰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역사동화를 쓸 때는 답사나 자료 수집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가치관이 명확해야 하거든요. 가령, ‘미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 시기 작품
을 쓸 때 작가가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이니까요.

사실 미군정기를 전후한 작품들은 별로 없어요. 친일했던 사람들이나 미군정에 편승했던 사람들이 많았고, 분단 시기이기도 했엇는데 비해 그 시기를 다룬 동화들이 별로 없어요. 일부 <미스터 방>(채만식)이나 <이상한 선생님> (채만식) 같으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요. 혹시 그시기를 다루는 작품들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도 사실 제 주인공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격하는 캐릭터로 만들고 있어요. 『안녕, 명자』에서 명자만 봐도 식민지를 살아가는 어린 소녀지만 일본 간부 딸인 기미코에게 결코 고개 숙이지
않거든요. 오히려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맞서고, 무례함을 사과하도록 요구하죠. 명자의 모습이 바로 우리 민초들의 모습인 거죠.
개인적으로는 파주 지역에 둥지를 튼 지 7~8년이 된 작가로서 미군정기를 반드시 써야 할 의무감도 있어요. 살아보니 파주 지역이 참 묘한 곳이더라고요. 미군부대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이
지역민들만이 갖고 있는 전쟁에 대한 공포,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어요. 미선이 효순이 사건의 상처도 고스란히 안고 있고요.
우리 역사 전반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선생님 작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아요. 선생님 작품 중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먼저, 일제강점기 민간인 학살을 다룬 『제암리를 아십니까』(푸른책들, 2007)를 소개합니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 되는 해인데, 이 책이 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만세운동 이야기거든요. 일
제는 만세를 불렀다는 이유로 제암리 사람들을 교회에 가둔 후 불을 지르고, 마을까지 불태워 버렸어요.
우연히 책에서 제암리 학살 사건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줄로 간단히 적혀 있어 하마터면 놓치고 지나갈 뻔 했지요. 이토록 잔인하고 끔찍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 단 두 줄로 표현되다
니,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그래서 전 제암리 민간인 학살 사건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 민족을 죽였으니, 일본은 나빠.’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어요. 일본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생명의 존엄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검은 태양』(청어람주니어. 2017)입니다. 1부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어요>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였던 열다섯 살 은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2부 <731부대를 아시나요>는 생체
실험에 참여한 미오라고 하는 일본인 의사 이야기이지요. 둘 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꼭 써 보고 싶어 오랫동안 품어 왔던 작품이었습니다. 막상 작품을 완성했지만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 못해 쩔쩔
매다 어렵사리 출간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운 좋게 2017년 세종도서 교양부문과 올해의 청소년교양 도서에 선정 되어 무척 기뻤답니다.
일본은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731부대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이 책 마지막 장면에는 노인이 된 미오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빕니다. 미오처럼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우리들 기억이 중요하지요. 송혜교는 미쓰비시의 모델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어요. 미쓰비시가 일제강점기 전쟁을 일으킨 전범기업이란 걸 기억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안녕, 명자』(리틀씨앤톡. 2018)는 사할린으로 강제징집 당한 탄광 노동자 아버지를따라 사할린으로 오게 된 전채련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2013년 여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
창작거점 예술인 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90일 동안 러시아 사할린에 머물며 아픔의 현장을 둘러볼수 있었어요.
조선인을 학살했던 미즈호와 가미시스카 마을, 강제 노역을 당했던 탄광과 제지공장, 해방이되자 고향으로 돌아갈 배를 기다렸던 망향의 언덕, 사할린 한인들은 일본에 의해 철저히 사할린
땅에 버려졌어요. 우리 민족 역시 그들을 기억하지 않았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사람은 사람으로 대할 때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사할린 한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것, 이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일이자, 평화의 시작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역사동화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 필요성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역사동화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역사 강의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일제강점기처럼 고통스러운이야기는 자꾸 외면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 스스로도 강의를 할 때마다 움츠러들곤 했어
요. 그런데 제 생각과 달리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까지 일제강점기를 비롯한 근·현대사에 목말라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관련 이야기가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걱정하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러나 요즘 어린이들은 부모님들이 염려하는 것만큼 여리지 않아
요. 자신들의 알 권리에 대한 선택을 잘 하더라고요. 일본을 무조건 미워하기보다 인간의 존엄을무참히 짓밟는 행위에 분노할 줄 알고, 평화를 가로막는 전쟁을 거부할 줄 알더군요.
왜곡된 역사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포장된 역사도 우리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합니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일이 참 중요하지요.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지만, 역사를 잊
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신채호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민족을 다시세울 만큼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장경선 작가와 두 시간 넘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역사동화가 지닌 의미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벼운 오락으로서 책 읽기도 좋지만 문학을 통해서 역사
를 만나고,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