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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올’은 빌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 안 노란 간판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그림책방이다. 문을 연지 두 달이 채 안된 따끈따끈한 신상 그림책방이다.
우리는 전철에서 내려 좀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너서 한참 걷다가 다시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그림책방 하는 게 비밀인가 봐. 이렇게 들어와 있으면 일부러는 못 오겠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높은 임대료 때문인 것을.
하지만 인상 좋은 책방지기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션 작가인 김유강 대표가 뜸들여가며 공들여 내려 준 커피 덕분에 우리는 수다에 가까운 인터뷰를 펼칠 수 있었다.
우선 책방 이름이 궁금했다. ‘오올?’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 이미지다. 무슨 뜻일까? 그리고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조용한 주택가에 서점이 있는 것도 궁금했다. 두 시간 넘게 있는 동안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은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 한 사람뿐이었다. 그래도 책방지기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책방 이름이 어떤 뜻인지 궁금합니다.

‘오올’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다들 감탄사로 알고 있는데요, 감탄사 ‘oh’와 ‘all’을 합친 말입니다. 전에 운영하던 애니메이션 사업체 이름이기도 하고요.

 

이 동네에 어떻게 책방을 차리게 되셨나요 ?

원래는 천호동 오피스텔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습니다. 월세 부담도 있고, 새로운 공간을 찾다가 이동네를 알아보게 됐어요. 동네가 참 조용하고 예쁩니다. 바로 앞에 유치원도 있고, 근처에 초등학교랑 도서관도 있어요.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할까요? 하교 시간이 되면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 동네입니다.

 

애니메이션 전공자가 그림책방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원래 회화 전공을 하고 싶었는데, 성적에 맞춰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학과가 애니메이션이었죠. 그 후 계속해서 애니메이션 일을 해 왔고요. 그런데 언제나 회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회화적인 작업이 바로 그림책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그림책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프리랜서로 애니메이션 일을 계속하고 있고, 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합니다.
책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은 3년 정도 했습니다. 그림책을 읽다 보니 계속 책을 사게 되고 집에 꽤 많은 책이 모이게 되었더라고요. 이럴 바엔 서점을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3년 동안 서점을 여는 것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이 별로 안 난다는 것이었는데요. 작업실을 쓰면서 어차피 월세가 나가니까 ‘수익이 없어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림책방을 차리는 데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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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입간판에 워크샵 안내가 있던데요?

첫 워크샵은 <페인터를 활용한 디지털 일러스트>입니다. 디지털 일러스트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를 위한 수업이고, 기본부터 페인터 활용까지 4주에 걸쳐 차근차근 배워 나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워크샵을 진행할 계획입니다.(‘오올’의 워크샵 정보는 인스타그램 계정 @ohallworkshop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책에 ‘견본 책 스티커’가 붙어 있던데요?

현재 서점 판매대와 책장에는 모두 견본 책만 꽂혀 있고, 구매를 하시면 안쪽 책장에 있는 포장된 책을 드려요. 저희 책을 마음껏 보고, 사고 싶은 책을 골라 살 수 있습니다. 가끔 표지를 보고 샀다가 속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책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책에 대해 먼저 신뢰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들여놓는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일단 신간 위주로 보고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제 취향을 반영한 책들 위주로 들여놓고 있습니다. 저는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니 디지털 그림이 들어간 책들이 많아요. 작은 책방들이 참 많은데 나만의 색 또는 키워드가 있는 책방이 되고 싶습니다.캡처3

 

책방을 운영하면서 새롭게 느낀 것이 있나요?

작가일 때는 ‘내 그림이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에 집중하면서 책 사이즈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책방을 하려고 책을 들여놓으니 판형이 큰 책들은 들어가는 책장이 없어서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쉽게 훼손이 되는 모양이나 재질의 책도 잘 안 들여 놓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서점의 데이터를 알 필요성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책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책을 골랐다가도 가격 때문에 구매하지 않는 손님들이 꽤 있거든요. 굳이 무겁고, 떨어뜨리면 손상이 되기 더 쉬운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고요. 다양한 판형, 재질 등으로 제작하여 소비자들에게 선택 폭을 넓혀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내년쯤에 ‘오올’이란 이름으로 직접 출판을 할 계획도 있는데, 소프트커버로 제작해서 저렴하게 공급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책을 기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그림책 두 권을 냈는데, 현재 한 권만 유통 중입니다. 현재도 그림 작업은 계속 하고 있고 내년에는 책 다섯 권을 내려고 합니다. 소소한 이야기도 있고, 상상력이 들어간 책, 가정적인 이야기 등을 하고 싶습니다.
또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인데요, 제가 1인 출판을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보통 저작권 문제나 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캐릭터 상품을 만들고 상용화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인데요, 제가 애니메이션과 그림책 두 분야에서 있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림책 시장도 나름대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저런 걸림돌이 있어 부가적인 상품이나 콘텐츠로 발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특히 그림책 작가들 중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하급 문화로 보거나, 자신의 책을 상업적으로 함부로 쓰는 것에 반대하는 분들도 많아 출판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제안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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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평론가 조월례 선생님은 그건 우리나라 초기 그림책이 줄임판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급 애니메이션이 꽤 오랜 시간동안 전집, 단행본 시장을 모두 잠식했었거든요. 저작권 문제 등이 걸려서 그렇긴 한데 그림책은 ‘그림으로 말하는 책’이라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그림책은 텍스트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지요. 기획하는 단계부터 2, 3차 콘텐츠를 생각한다면 캐릭터도 탄탄하게 만들 수 있고, 책과 문화가 동시에 발전할 수 있을 텐데요.
이날 인터뷰에서 캐릭터 상품을 비롯한 2, 3차 콘텐츠는 꽤 흥미진진한 이슈였다. 언젠가 ‘오올’에서도 멋진 캐릭터가 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질문으로 문 여는 날을 물어보니 김유강 대표는 멋쩍게 웃으며 “아직 요일별 데이터가 잡히지 않아 매일매일 문을 열고 있다”고 했다. 책방 오픈을 준비하느라 두 달 정도 일을 미뤄 놓은 상태라서 그런지 많이 바빠 보였다. 성내동 작은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은 그에게 앞으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지, 큰 기대가 되는 그림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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