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설화

 

찾아가는 작가 행사가 펼쳐질 춘천으로 가는 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춘천에 있는 금병초등학교는 1953년 개교 후 시대 변화를 겪으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현재는 인근 지역의 학생들이 전입하면서 200여 명 아이들이 행복한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마침 쉬는 시간이라 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학교를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마치 손님을 반겨주는 소리처럼 들려 반가웠다.

유설화 선생님이 쓴 『슈퍼 거북』은 2016 서울시 ‘한 도서관 한 책읽기’ 캠페인의 어린이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유설화 선생님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슈퍼 거북』 공연과 함께 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림책 『슈퍼 거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쓴 이야기다. 거북이 꾸물이는 토끼와 경주에서 이긴 뒤 ‘슈퍼 거북’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리고 주변 이웃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짜 슈퍼 거북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다시 한 번 토끼와 경주 시합을 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세 이야기에 몰입한 아이들은 “토끼 이겨라!” “거북이 이겨라!”를 연호하며 극에 활기를 더했다. 다양한 소품과 작가님의 열연이 더해진 공연을 보고 있자니 줄거리를 알고 있는데도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 유설화 작가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먼저 『슈퍼 거북』을 쓰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그렸던 다양한 생김새의 거북이 그림과 그밖에 책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을 두 발로 걷는 캐릭터로 만든 과정 등을 그림으로 직접 보니 작품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듯 했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도 알 수 있었는데, 우선 A4용지 안에 책에 들어가는 모든 컷을 그린 ‘손톱 스케치’를 여러 번 반복해서 작업한 후, 책 크기에 맞는 종이에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하기까지 그림책 한 권을 만드는 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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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잘 그린다~”

“나도 그려보고 싶다!” 화면을 따라 움직이는 아이들 눈이 반짝반짝 거렸다.

그리고 작가님은 『슈퍼 거북』을 다시 한 번 읽어주셨다. 공연으로 보긴 했지만 책 그림을 직접 보며 내용을 듣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만드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특별한 느낌이었다.

『슈퍼 거북』에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너구리가 특히 눈에 뜨인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다.

원래 너구리는 책에 들어가지 않는 동물이었는데 완성된 그림을 보다보니 모든 동물들이 거북이를 좋아하는 게 조금 심심해보여서 삐딱한 동물이 하나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너구리를 추가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침 그 때 라면을 먹고 계셨다고!).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각 페이지마다 숨은 너구리를 찾는 재미가 추가되었다.

그림책을 읽을 때 휘리릭 글만 읽으면 그림책의 절반만 보는 것이고, 글과 함께 그림까지 자세히 봐야 그림책을 전부 봤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주인공 꾸물이는 ‘슈퍼 거북’ 과 ‘느린 거북이’ 삶을 모두 경험하는데, 과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어떤 거북이를 더 좋아할까?

‘운동회에서 달리기 할 때 유리하니까’, ‘느리게 살면 답답하니까’ 라는 이유로 빠른 거북이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느리면 여유가 있으니까’ 느린 거북이가 더 좋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 온 듯 하다. 강당은 아이들 작품을 가득했다. 색색의 그림들, 아이들이 직접 꾸민 개성 만점 등딱지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중 인상 깊은 몇몇 그림에 대해 직접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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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딱지에 감옥을 만들어 도둑을 가둬 놓은 ‘경찰 거북’, 평소에는 느리지만 가끔 빠르게 달리고 싶을 때는 지퍼를 열고 슈퍼 모터를 가동할 수 있는 ‘슈퍼 모터 거북’, 거북이를 개조한 ‘사이보그 거북’ 등 각각의 재미난 스토리를 가진 상상력 가득한 아이들 그림이 발랄하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많아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어요?’

‘키우는 강아지나 돌보는 고양이 등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때에는 다른 그림책, 동화책, 시집 등을 읽으며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하셨다.

‘글은 어떤 마음으로 쓰세요?’

‘재미있는 글을 쓰기 때문에 늘 즐겁고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으리으리한 개집.유설화』를 읽어주셨다. 이책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 월월 씨가 으리으리한 개집을 짓고 세입자를 구하는데, 세입자로 들이기 싫었던 인간 가족과 한 지붕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으로, 내용도 재미있지만 이 책 역시 그림 속에 숨어있는 깨알 같은 포인트를 찾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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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무리 하면서 아이들이 싸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유설화 작가님은 책에 사인과 함께 캐릭터 그림과 응원의 한마디를 꼼꼼하게 써주셨고, 모든 학생들에게 눈을 맞춰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점심시간을 빼앗기면서도 끝까지 남아 사인을 받는 아이들의 밝고 해맑은 모습과 부끄럼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힘이 나고 행복했던 하루였다.

 

“난 행복해 / 토끼보다 느리지만 / 난 행복해 / 느린 게 나는 좋은 걸~” 쉬는 시간에 함께 들었던 『슈퍼 거북』 주제가 가사 중 일부이다.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오늘 유설화 작가님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낸 금병초등학교의 모든 친구들이 각자의 행복을 찾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겁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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