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자

만남과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여 이야기에 담아내는 동화작가 임정자

 

경기도 부천시 소사초등학교에 임정자 작가님이 오셨어요. 임정자 작가님의 장편동화 『고슴도치 우리 엄마』를 읽은 열세 살 또래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서요. 찾아가는 작가 –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후원하는‘ 고래가숨쉬는도서관’ 덕분에 이루어진 행사예요.
임정자 작가님은 포천에서 태어났지만 부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작품 활동도 부천에서 시작했어요. 게다가 소사초등학교를 다녔어요. 백 년을 반으로 뚝 잘라버린 시간만큼은 아니지만 아주아주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임정자 작가님은 살짝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했어요. 눈빛도 반짝반짝 빛나는 거 같았고요. 실은 저도 그랬어요. 지난해 가을, 작가님이 심사위원으로 부천신인문학상을 시상하러 오셨을 때 뵙고는, 아주 오래간만에 작가님을 뵙는 거 걸랑요.
임정자 작가님은 작품 구상을 어떻게 하는지, 지금껏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곧 나올 작품은 무엇인지 이야기들을 해 주셨는데요, 부천 중동 푸른어린이도서관에서 문화운동, 도서관 활동을 하셨던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그때 20년 전쯤, 부천 지역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작가님을 찾아가 뵈었던, 제 추억이 떠올랐답니다.
임정자 작가님은 어린이 전문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기길 바랐고, 그래서 또 그런 마음에 시나브로 동화를 쓰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처음에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셨는지 그 비법도 알려주셨지요.

찾아가는 작가 행사는 소사초등학교 도서관 안에 있는 너른 마루에서 이루어졌어요.『 고슴도치 우리 엄마』를 손에 쥔 6학년 7반, 8반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어요. 방학을 하루 남겨 놓은 날이어서인지, 처음으로 작가를 직접 만나는 거여서인지, 어린이들은 살포시 설렘과 웃음을 띤 얼굴. 초롱초롱 눈빛도 빛나 보였죠.
임정자 작가님은 앨범을 보여주듯이 작가가 되기까지 거쳐 온 시간들을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작가님이 태어난 경기도 포천은 고인돌이 많았대요. 신석기 때부터 사람이 살던 마을이라네요, 신석기 때부터 사람이 살았으니까 물도 많았대요. 그래서 물속에서 엄청 놀았다 해요. 한번은 바위 위로 올라가 물속으로 떨어진 다음 누가 더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는지 재 보는데, 그걸 했다가 물 속에 푹 가라앉아 버릴 뻔했대요. 그때 죽다 살아난 이야기로 시작해서 산과 들에서 엄청 뛰어논 이야기, 그러면서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들판 끝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궁금해 하는,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집은 가난했지만 작가님의 아버지는 동화책을 많이 사줬대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해요. 등굣길을 걸으며 꿈에서 본 이야기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한 덩어리로 뭉쳐서 친구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했대요. 그때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준 친구가 무지 고맙대요. 어릴 적 그 친구가 작가님에게 들어주는 봉사를 해 준거라고 하네요. 작가님은 푸른어린이도서관 관장이었을 때 동화를 처음 썼다고 했지만 아마 들어주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살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동화집『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 동동 김동』은 작가님이 부천에서 만난 어린이들에 대해 쓴 작품이에요. 그래서 작품 속에는 부천이라는 지역성이 은근하게 배어 있어요. 익숙한 지명이 나오기도 하지요.
『고슴도치 우리 엄마』에 동준이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는‘ 중앙공원’도 부천 시청 뒤에 있는 공원이고요. 작품 배경이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보니, 너른 마루에 앉아 있는 6학년 7반, 8반 독자들은 작가님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듯했어요. 독자 질문도 이어졌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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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몸무게 빼고는 뭐든 물어보라고 했어요. 등장인물 이름은 어떻게 짓냐는 질문에, 작가님은 이름 짓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고 했어요.『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에서 당글공주는 자기를 괴롭히는 괴물과 싸우는데, 싸울 때는 당당해야 하니까, 당당하게 싸워 이겨내는 모습을 담아 당글공주라고 지었대요.
일본에서도 출판한 『내 동생 싸게 팔아요』에서 짱짱이는 동생 때문에 속상하고 화나서 소리를 지르는데 그 모습이 짱짱하다고, 그 목소리도 행동도 다부지다는 뜻으로 지었대요.
『고슴도치 우리 엄마』에 나오는 동준이는 원래 다른 이름이었는데 동동동동, 작은 북이 울리는 소리처럼 경쾌하고 생기 있는 모습,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아서 동준이라고 지었대요.
성이 한 씨인 것은 작가님의 따님들 성이 한 씨여서 한동준이 되었다고 하니까 모두들 웃었어요.
주인공의 성격을 담아낼 수 있도록 짓는다는 얘기였지요.
책 이야기는 작가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작가님이 만난 어린이들과 직접 경험한 것들이 작품 재료가 된다고 했지요. 작가님은 겪은 일들을 소중히 간직했다가 이야기를 만들 때 넣는다고요. 그러면서 작가님은 아도라는 고양이, 수호라는 개와 함께 지낸 이야기도 들려주었지요.『 고슴도치 우리 엄마』에서 수많은 동물 중에 하필 엄마는 왜 고슴도치를 좋아하는지, 동희는 왜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작가님은 매우 중요한 질문
이라며, 고양이는 독립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동희가 고양이처럼 엄마를 벗어나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에 동희가 좋아하는 동물을 고양이로 표현했대요.
엄마가 고슴도치를 좋아하는 건, 엄마의 모습이 마치 고슴도치와 닮았기 때문이래요. 엄마가 삶을 평안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우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그 모습을 고슴도치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어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고슴도치 우리 엄마』에서 사라진 고슴도치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동희는 잘 지냈을까요, 이 작품을 쓰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등등 『고슴도치 우리 엄마』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졌어요. 작가님은 하나하나 조근조근 대답해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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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손을 들고 질문이 계속되자 조금씩 몸을 배배 꼬는 독자들이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자 작가님은 독자 한 명, 한 명 이름을 물으며『 고슴도치 우리 엄마』 면지에 사인을 해 주었어요. 작은 고래 한 마리를 하나씩 그려주면서 말이지요. 고래를 한 칠십여 마리 그린 후에 행사를 마칠 수 있었어요. 살짝 보니까 작가님 살이 조금 빠진 듯했어요. 저는 살짝 칠십여 마리의 고래들이 독자들 가슴 속에 헤엄치는 걸 상상해 보았네요. 여기까지, 후덥지근한 날이었지만 즐겁게 목요일을 소사초등학교에서 임정자 작가님과 보낸 하루였답니다.

-김용란

어린이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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