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꿀 수 있는 책 잘 골라 마음 토양 다져놓도록 동화작가 원유순

 

햄릿, 오델로, 리어왕, 맥베드. 4대 비극을 쓴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는 같은 날 죽 었다. 그 제삿날을 기념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책의 날’을 정해 놓고 그해 특별한 책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는다.

책의 날은 이틀 지났지만 우리 학교 도서실 대출 순위 상위권에 드는『 까막눈 삼득이』를 쓴 작가 가 우리 학교를 찾는다는 소문에 갑작스레 도서실은 부산스러워졌다. 너도나도 사인을 부탁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유순 작가 책을 맡기고 갔기 때문이다.

 

 

여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까막눈 삼득이』는 물론 최근 책 『곤충 장례식』부터 『빵 터지는 빵 집』,『 무쇠팔 은땡이』,『 내일은 행복할 거야』 등등.

시간 딱 맞춰 우리 학교를 찾은 주신 원유순 작가는 무엇이 들었는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모습 으로 이른 초여름 날씨, 콧잔등에 땀을 송글송글 매단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여모리‘(염리’에 마포 상징‘ 오리’를 합친 염리 학생 전체 호칭) 특유의 인삿말로 시작되는 첫 만 남은 작가님 특유의 푸근한 인상 덕에 다소 시끌벅적하게 시작되었다.

“선생님의 책을 읽어 본 적 있나요?”

작가가 첫 번째 질문을 하자 5-3. 담임 선생님 정한별 선생님을 비롯 5학년 전체가 너도나도 손 을 든다.

열렬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작가는 입 주위 가득 웃음을 담뿍 물고 다시 질문을 했다.

“어떤 책?”

최근에 나온『 곤충 장례식』부터『 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카』 통일된 후를 미리 생각해 보게 만드 는『 북녘 친구, 남녘 동무』,『 진짜 슈퍼맨』,『 똥통에 풍덩』,『 떠돌이별』,『 무쇠팔 은땡이』……. 작가 가 쓴 많은 책 제목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오늘은 그중 특히 답변이 많은 『돈벼락 똥벼락』을 소재로 가족의 달 5월을 맞아 ‘가족의 의미’ 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가족의 의미를 말하기에 앞서 작가는 다른 학교에 비해 유별나게 자율적(?)인 염리 어린이들의 첫 인상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어릴 적을 회상했다.

강원도 첩첩 산중에서 살았던 작가는 어린 시절 공부보다 산딸기 따 먹기, 공기 놀이, 고무줄놀 이를 더 좋아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날마다 빼 놓지 않고 했던 한 가지가 꼭 있었는데 그 것은 바로 ‘일기 쓰기!’ 즐거운 일이 있었던 날은 물론이고 슬픈 날이 있거나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읽은 날에는 그 느낌을 꼭 일기에 기록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갑작스레 나온‘ 복덩이 퀴즈’,‘ 원유순 선생님은 무엇을 잘 해서 작가가 되 었나요?’ 돌발 퀴즈에 간신히 진정됐던 소란이 다시 일어났다.

 

 

여기저기 두 손을 뻗쳐 들고 일어서는 학생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답은‘ 이야기 읽기와 이야기 6 쓰기’. 누구든, 무엇이든 그 방식을 많이 접 해 보고 시행착오를 자주 겪다 보면 그 분야 의 프로가 된다. 글을 쓰고 말을 잘할 수 있 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많이 읽고 쓰고 말 하다 보면 그 속에 나만의 노하우가 곁들여져 언젠가 최고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으로 우리 를 격려해 주셨다.

물론 그리 되기 위해서는 각 단계에 알맞게 거쳐야 하는 수많은 경험들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그것이 바로‘ 제대로 놀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겪었던 많은 경험들은 마음의 질 좋은 토양으로 깔려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삶을 기 름지게 하는 것은 물론 위험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까지 갖출 수 있다고. 사실『 돈벼락 똥벼락』 속 주인공 선재도 처음에는 돈 벼락, 똥 벼락을 구별 못하는 어리석은 아이였다. 

돈 벼락 떨어지는 허황된 꿈에서 헤매다가 결국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것은 선재 엄마도 마찬가지다. 오늘 모인 학생들도 날마다 일기장 속 털어놓아야 할 비밀이 생기고 그 비밀 속 에서 후회와 반성도 하고 날마다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보람찬 내일을 꿈꾼다면 언젠가는 꿈을 현 실로 맞닥뜨리는 날을 맞게 될 거라는 말씀이다.

누구나 고달픈 현실을 이겨 내기 위해 꿈을 꾸지만 책 속 주인공 선재처럼 달콤한 환상에서 금 방 깨어나 올바른 결심을 하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어리석게도 되지 않을 환상만 붙들고 남에 대한, 가족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뼈 있는 말씀도 더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으로 순식간의 두 시간이 지나 버렸다.

여러 질문 중 5-2. 강진서 학생의‘ 필독 도서와 읽고 싶은 책 중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 문에‘ 읽히는 책’과‘ 읽어야 할 책’으로 고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주시면서 선생님의 어린 시절 해 지는 줄 모르고 도서실에서 읽었던 옛 이야기의 재미, 또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살아나 마음 속에 남는 그 안의 교훈들이 지금 글을 짓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할 소재가 된다며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심심할 때는 물론이고 속상하거나 힘든 하루 중 쉼이 필요할 때, 또는 숙제를 하기 위해 억지로 집어 들었다가도 뭔지 모를 뿌듯함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책. 그것이 작가가 글을 짓는 목적이 고 보람이 아닐까.

많이 놀아봤다는 작가 이야기는 제대로 놀아보지 못한 염리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새삼 대리 만 족의 방편이 되었다.

세계 책의 날을 계기로 오늘 염리초등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작가에게도 커다란 보람과 앞 으로 쓰게 될 또 다른 책의 소재가 될 수 있길 꿈꾸어 본다.

 

 

 

남정미

서울 염리초등학교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