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엇으로 자랄까?


찬일이는 집안 살림이 빠듯하여 충남 덕전리에서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 3학년 때 부모님이 있는 서울로 전학 온다. 찬일이 엄마는 찬일이 촌티를 벗겨 내려고 머리를 깎아주고 도시 아이처럼 옷을 사 입히는 등 때 빼고 광내는 일에 용을 쓴다. 심지어 사투리를 고쳐야 한다고 할머니 전화도 못 받게 한다.

엄마가 다 알아서 하니 불평하거나 토 달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서울 애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도 돕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찬일이는 그런 엄마가 낯설다. 시골에서 살던때도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이다..

 

찬일이가 엄마 때문에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찬일이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 보통 또래들과 달리 찬일이는 엄마의 왜곡된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한다. 과연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찬일이에게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추억을 나누던 할머니와 같이 울고 웃던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헬로 아저씨를 비롯한 덕전리 사람들은 세상을 계산을 앞세우기보다 서로를 보듬고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이러한 방식은 찬일이를 마음이 넓은 사람으로 자라게 했다. 동네 궂은일에 서로 앞서고, 누군가의 환갑잔치는 동네잔치가 되어 서로 어려운 이들의 의중을 헤아리며‘ 지식’으로는 배울 수 없는 지혜와 따스함을 나눈다. ..

 

찬일이는 자존감이 높아 반 친구들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서 바보라는 말을 들어도 전혀 분하지 않다. 엄마 말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엄마를 달래고 배려하기 위해서다. ..

 

 

책을 읽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어른 같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종종 찬일이 엄마 말에는 어른은 현명하며 올바른 결정을 하고, 아이는 부족하며 뭔가 모른다는 인식이 묻어난다. 은연중에 아이들을 깔보고 선택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인다. 결국 집에 불이나자 엄마가 허둥대며 어쩔 줄 모를 때 찬일이가 덕전리에서 배운 방법으로 불을 꺼 위기를 모면한다. 엄마는 이 일을 계기로 할머니 교육방법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찬 일이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할머니에게도 머리를 숙인다. 덕전리라는 자연과, 사람을 먼저 생각 하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따듯함이 찬일이를 속 깊고 커다란 산 같은 아이로 키워냈다는 것을 깨 달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아이를 위한답시고, 엄마의 결핍을 채우려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남을 돕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다른 이 마음도 넉넉하게 헤아리는 일. 사소해 보이지만 진정 중요한 것의 가치를 알고 주변을 따듯하고 밝게 만드는 찬일이가 듬직하다. 그런 마 음의 씨앗이 찬일이 친구, 이웃에게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하게 퍼져 나가리라.

 

박샘 

서울 일원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