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아는 작가 동화 작가 서현
서정초등학교는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 있다. 개교한 지 5년 남짓 되었다. 학교에서 독서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아이들 책을 대표하는 훌륭한 작가 분들을 많이 모실 수 있었다.
송언, 서정오, 채인선, 유은실 선생님에 이어 『 커졌다!』『 눈물바다』를 쓰고 그린 서현 선생님이 다섯 번째 손님으로 학교를 방문했다.
지난 여름방학 무렵 3학년 선생님들이 2학기에 동화를 읽고 수업을 할 예정이니 아이들에게 동화작가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곳이‘ 고래가숨쉬는도서관’이다. 학교도서관 연수를 갈 때마다‘ 고래가숨 쉬는도서관’에서 발간하는 여러 홍보지를 받아봤던 터라‘ 작가와의 만남’과 관련된 여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래가숨쉬는도서관에 신청서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작가, 서현 작가를 소개받게 되었다.
작가를 만나기 전, 3학년 학생과 담임선생님과‘ 작가와의 만남’ 준비를 시작했다. 작가소개 안내문을 만들었고, 서현 작가가 쓰고 그린『눈물바다』 장면을 크게 인쇄해서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했다. 다음으로 광목천 조각에 작가의 책을 읽고 난 소감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사전행사를 했다. 학년 복도에 작가 책을 전시해두고 자유롭게 읽게 했다. 광목천을 이어 붙여서 커튼처럼 만든 것은 학교도서관 연수에서 배운 것이다. 생각과 생각들을 서로 이어붙인 모습이 책을 읽고 서로 나누어 행복해지는 도서관의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주인공 얼굴이 노란색이에요?
보름여간의 사전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서현 작가를 만나는 2015년 10월 28일이 되었다 .
강연 주제는‘ 아이디어 하나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였고, 주제책은『 커졌다!』이다.
서현 작가는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오목조목한 얼굴에 낭랑한 목소리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 었다. 아이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짚어주고 공감해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3학년 개 구쟁이들은 재미없을 법한 그림책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에도 깊이 빠져들었다.
작가는 표지와 면지, 스토리보드, 더미 북, 스케치를 보여주고, 출판사와의 여러 차례 미팅 등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들은 그림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수정과정을 거치는가에 대한 이 야기를 들으며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결코 단번에 뚝딱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림책에는 없지만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사람을 먹는 장면도 있었다고 하자, 아이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서현 작가는 그런 아이들에게 씹어 먹는 건 아니고 다른 것을 삼 키는 과정에서 삼켜진 것이라고 하자 아이들의 안도하는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스케치를 하면서 주인공의 얼굴을 노란색으로 칠하게 되었는데 간혹 주인공 얼굴이 왜 노란색이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도 묻는다.
“주인공 얼굴이 왜 노란색이에요?”
작가는 특별한 이유를 두지 않았지만, 평소에 노란색을 좋아해서 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도 노란색을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요”
“나도 노란색이 좋아요”
“여기 서현이라는 이름도 있어요.”
“나는 냉정한 서현이를 알아요 ”
“우리 사촌동생도 서현이에요.”
“다른 반에 이서현 있어요.” 등 아이들은 앞다퉈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작가 선생님과 공감대를 찾아가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며 작
가도 아이들 마음속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상상하기 좋아하는 사람
서현 작가는 “작가들은 평소에 상상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밥을 먹으면서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나 만화를 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상상한다.”라고 말했다.
『커졌다!』 작품 속 한 장면은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감동과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커졌다!』는 엄마, 아빠 무릎에도 닿을 듯 말 듯 작은 아이가 키가 크고 싶어 하는 이야기이다.
작가 상상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키가 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 부분에서, 다른 하나는 키가 너무 커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상상이다. 키가 커지기 위해 아이는 밀대로 다리를 밀어도 보고 우유를 마셔도 본다. 그리고 나무처럼 자신의 발을 땅에 심어도 본다. 발가락이 나무뿌리처럼 뻗는다. 비가 내리자 비를 먹고 거짓말처럼 키가 커진다.
이 장면을 상상하게 해준 것이‘ 이웃집 토토로’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씨앗이 정령의 기를 받아 뽁뽁 소리를 내며 땅 위로 올라오는 장면이 그림책 속 아이가 땅에 발을 심고 서 있는 장면과 닮아 있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에서 느낀 감동과 또 한 가지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친구와 우산도 쓰지 않고 비 맞으러 공원에 갔다가 비를 잔뜩 머금은 나무들을 보며 나무들의 생명력을 느꼈고, 이것이 또한『 커졌다!』 책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했다.
별똥별은 어떤 맛일까?
서현 작가는 책 속 한 장면을 놓고 아이들과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주인공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뒤 상대적으로 작아진 사람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만 길어진 것이 아니라 길어지는 비를 먹고 개미만 한 사람들의 어떤 한 부분이 길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없는 할아버지는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목줄이 짧아 불편했던 강아지는 목줄이 길어지고, 땅 위를 걷고 싶었던 물고기는 다리가 생겨서 걸어 다니게 되었고,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고 싶었는지 아이스크림도 길어졌다.
커지고 커져서 집보다 마을보다 지구보다 우주만큼 커지고 나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의 상상여행은 계속된다. 우주에 가서 별똥별을 먹는다면 어떤 맛일까?
작가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 그 누구도 던지지 않았던 질문. 작가와 아이들의 대화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가 주인공이 제자리로 돌아왔듯 아이들도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이렇게 긴 시간 짧은 만남이 끝에 다다랐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쌓아두었던 궁금증을 풀어냈다.
어릴 적 꿈이 그림책 작가셨나요?
어린 시절에는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그림으로 친구들한테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지금은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나중에는 만화로 친구들 앞에 서고 싶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만든 책 중에 어떤 책이 가장 좋으세요?
제일 처음 만든 책이 『눈물바다』라서 애정이 더 갑니다.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서 그림책 만드는 학교에 다녔어요. 처음 그림책에 대해 공부하고 만들려다 보니 너무 어려웠어요. 상상하기도 어렵고요. 교수님이 ‘어릴 적 경험이나 기억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재미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주었어요. 어릴 때 나는 많이 울었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서 울고. 부모님께 혼나면 눈물이 줄줄줄 흐르는 건 당연했고.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서 『눈물바다』 그림책이 만들어졌어요.
요즘은 어떤 그림책을 만들고 있으세요?
다른 분이 쓰신 글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글과 그림을 모두 하는 작업도 준비 중인데, 먹을 것에 관한 이야기에요. 이번에는 등장인물이 많이 나올 거예요. 책이 나오면 친구들이 한번 읽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털어놓은 마음들…….
♥ 아이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글로 풀어쓰기도 했다. 『눈물바다』 책을 읽었는데요. 짝이 약을 올려 억울해 보였던 표정이 실감났고 아빠 엄마가 공룡이 되어 싸우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 주세요.
♥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이 책에 나온 아이처럼 하고 싶어요. 저는 이 아이 이름을 알고 싶어요.
♥ 『 눈물바다』를 보고 꼬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나도 흘린 적이 있는데…….
자신이 읽은 책을 쓴 작가를 만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작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 마음밭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서현 작가의 그림책 『커졌다!』의 주인공이 처음에는 까치발을 해도 잡지 못했던 책장 속 책 한 권을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키가 커져서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가뿐하게 집어낼 수 있게 된 것처럼 서정초등학교 3학년 우리 아이들은 작가를 만나고 난 뒤 마음과 생각이 한 뼘 더 성장했을 거라고 기대한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와주신 서현 선생님,‘ 작가와의 만남’을 도와주신‘ 고래가숨쉬는도서관’에 감사드린다.
이정옥
경기 고양 서정초등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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