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 도서관을 만드는 꿈을 가진 최지혜 관장님(전 부평기적의도서관장, 마포구립서강도서관장)과 환경교육현장에서 활동했던 신안나 팀장님, 두 사람이 만났다. 그리고 지난겨울 강화도 어느 산 아래 하얀 눈으로 덮힌 오두막 같은 작은 집을 하나 발견하고, 바로 다음날 계약해버렸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콩알’에 비유할 정도로 작다. 책이 그다지 많지도 않다. 간판도 나무판에 삐뚤빼뚤 하게 쓴 손글씨 간판이 걸려 있다. 도서관 내부 서가 또한 보통 도서관에서 하는 십진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도서관 전체 벽면에 한 권, 한 권 펼쳐 놓고 수시로 바꿔주며 다양한 그림책을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 한 권이라도 감동을 주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란다.

 

 

산 아래에 위치한 도서관의 마당 야외 데크에는‘ 바람숲자연학교’라는 팻말이 걸려 있고 자연, 생태에 관련된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 책 놀이와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누구나 편하게 책을 한 권 뽑아들고 차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쉼과 여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보다도 일상에 지쳐있던 엄마들, 어른들이 이곳을 좋아하게 된단다. 도서관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생각을 깨우고 마음이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림책 + 환경 = 바람숲자연학교
여기저기서 봄소식이 느껴지고, 도서관 공사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갈 무렵, 마을 아이가 도서관에 놀러왔다. 아이를 데리고 빈 논에 있는 올챙이를 보러 나갔는데, 농촌에 살고 있음에도 아이는 그날 올챙이를 처음 보았다는 말을 했다.

최지혜 관장님은 바로 곁에 두고도 보지 못하고 자연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 바람숲자연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달 곤충, 식물 등 주제를 정해서 함께 그림책을 보고 직접 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곤충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어느 날은 ‘무엇이 무엇이 필요할까’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나무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가 필요하고, 나무를 얻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하고 씨앗을 얻기 위해서는 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그림책인데, 그렇다면 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벌이 필요하다. 그래서 함께 벌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벌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이렇게‘ 바람숲자연학교’에서는 그림책을 보고, 자연을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자연에 다가간다.
올 여름에는‘ 바람숲자연학교’에서 첫 번째 캠프를 열었다. 도서관이 좀 작아서 마당과 야외 데크에 텐트를 치고 18명의 어린이와 함께했다.“ 얘들아, 숲에서 책 보며 놀자”라는 주제로 맘껏 책을 보고 직접 밥을 만들어 먹고 논길을 달리고 함께 잠을 자며 자연 안에서 그림책과 조금 더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프로그램 중에 ‘나도 작가-내 손으로 만드는 [들풀 종이 책]’
그림책 도서관에 오면 누구나 그림책 작가가 된다. 먼저, 책을 만들기에 앞서 지푸라기를 삶아서 직접 찧고 빻고 틀로 떠내고 말리는 긴 과정을 거쳐 들풀 종이를 만든다. 우리가 만든 종이로 작은 책을 만들어 본다. 제목과 주제를 정하고 작가 이름 칸에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적고 하나하나 채워 나간다.

우리가 꿈꾸는 바람숲
2014년 2월에 처음 도서관을 열면서 생태적 감수성과 동심을 잃어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림책과 자연을 통해 내면의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커다란 포부를 갖고 시작했단다. 도서관이 자리 잡은 이곳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을 잊지 않는 깨어 있는 마을의 도서관, 마을의 자연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단다.
최지혜 관장님은 도서관의 사서로 일해 오면서 ‘숲 속 도서관’과 ‘숲 속 학교’를 만드는 것이 오랜꿈이었다고 하는데,‘ 바람숲자연학교’가 조금씩 활기를 띠는 것을 보면‘ 작지만 두 가지 꿈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꿈꿔 오던 것이 하나하나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또 그 안에 함께한다는 것이 참 재미있게 느껴진다.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장, 문헌정보학박사

김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