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6위, 아시아1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부문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순위이다.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이렇게 귀중한 기록유산이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법 높은 순위이다. 세계기록유산은 1992년부터 등재를 시작했는데 각국의 도서관 등에 보관된 소장문서, 도서, 구전 자료, 시청각 자료 중에서 선별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은 얼마나 될까? 맞춰보시라~. 지금까지 모두 11개가 세계기록유산에 올라 있다.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2001년에는 왕의 비서관격인 승정원의 <승정원일기>와 현존하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불조직지심체요절>이, 2007년에는 <조선왕조 의궤>와 <고려대장경판(팔만대장경)> 및 <제경판>이, 2009년에는 허준의 초판 완질본 <동의보감>이, 2011년에는 <일성록>과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2013년에는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기록물>이 등재되었다.

 

 

이들 기록유산 중에 우리가 가장 손쉽게, 그리고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대학교 안에 있는 규장각이다. 고도서 17만 5천여 책, 고문서 5만여 점, 책판 1만 8천여 점 등 총 30만여 점의 자료가 소장되어 있는데 그중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일성록>을 보관하고 있다.
규장각은 정조 때 만들어진 왕실도서관이다. 역대 왕의 유물을 보존하고, 국정 자문 학술기관으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세월이 지나 해방 이후 규장각 도서들은 규장각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에서 서울대학교 도서관으로 옮겨왔다. 현재는 ‘규장각한국학연구원’으로 자료보관과 한국학 연구기관으로 발전했다. 영인본 출판과 해제작업, 소장 자료에 대한 전산화 작업도 이루어져 이제는 홈페이지(www.e-kyujanggak.snu.ac.kr)에서도 소장 자료 목록과 원문검색이 손쉬워졌다. 자유롭게 자료열람과 전시실 관람도 가능하다.

 

     

전시장에는 규장각 현판, 국왕의 친필, 의궤, 고지도,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영상자료로 세계기록유산과도 만날 수 있다. 예약을 하면 친절한 전시설명도 들을 수 있다.

 

 그럼, 전시장에 가기 전에 기록유산에 대한 몇 가지 공부를 해 보자. 500년 동안 조선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이것도 기록하느냐? ”기록의 나라라고 할 만큼 엄청난 기록물을 남겼다.

 

 

국왕이 죽은 후에는 바로 실록을 만들어낸다. <조선왕조실록>이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 17만 2천여 일 동안의 일들이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서술되어 있다. 사관이 하루 종일 왕의 바로 곁에서 왕의 모든 행적과 나랏일을 낱낱이 기록했던 사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관이 얼마나 철저하게 직필했는지 사관을 따돌리려고 애쓴 임금들도 있었다고 한다. 호방했던 태종조차도 어느 날 사냥에 나갔다가 말에서 떨어졌는데 그 첫마디가 “이 일을 사관이 알지 못하게 하라”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마저도 <태종실록>에 기록되었다! 총1,893권 888책으로 정치, 외교, 사회, 군사, 법률, 경제, 산업, 교통, 통신, 풍속, 미술, 공예, 종교 등 조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으로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오랜 기간을 기록한 역사서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양의 군주 사회의 정치와 권력 구조, 정책 등에 대한 중요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는 <승정원일기>는 왕의 비서 기관인 승정원에서 날마다 쓴 일기를 모아 놓은 책인데, 조선 초기부터 작성되었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1623년 3월부터 1910년 8월까지 288년 치만 남아 있다. 그런데도 2억 4천 250만 자로, 3,243책에 이른다. 단일 기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역사 기록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매일의 날씨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17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288년간의 기후와 기상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의궤>는 또 어떤가? 조선 왕조 의궤에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열렸던 임금과 왕비의 결혼, 세자 책봉, 임금의 행차, 장례식, 궁궐건축 등의 주요행사가 그림과 글로 마치 컬러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우리만이 가진 독특한 기록 유산으로 전 세계학자들도 기록유산의 꽃이라 평하고 있을 정도이다.

 

<일성록>은 1752년부터 1910년까지 왕의 입장에서 쓴 국정 일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공식기록이다. 정조가 왕세손 시절에 쓴 <존현각일기>에서 출발해 정조가 기록하다가 그 뒤 정부공식 업무로 계속 편찬되었다. 현존하는 것은 1760년부터 1910년까지의 기록이다. 모두 2,327책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아이들과 손잡고 봄꽃 가득한 대학도 구경하고, 조상들의 철저한 기록정신도 만나보길 권한다. 관람시간은 월요일~토요일,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다. 공휴일과 일요일은 휴관한다.

 

 

박물관이야기 대표

오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