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겨운 가을이다. 낙엽이 뒹구는 가을정취를 느끼며 공원길을 산책하다 따뜻하게 만나는 도서관들이 있다. 최근 도시공원들에서는 작은 문화공연, 축제들이 열린다. 생태환경과 문화를 접목하는 데 공원도서관들이 중심에 서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만나기 힘들었던 도서관! 그래서 낯설기만 했던 도서관이 학교도서관 활성화로 익숙해지면서 거리에서 공원길에서도 반가운 도서관을 만나게 됐다. 도서관을 간절히 원하고 만나는 일에 시민의식이 적극적으로 변한 까닭이겠다. 그러다 보니 접근성이 강조된 ‘걸어서 10분 이내 도서관 조성 사업’이 각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진행되고 있다. 번듯한 도서관 건립을 위한 예산은 부족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어 발상의 전환을 한 도서관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낡은 공공건물의 유휴공간들을 도서관으로 새 단장해 사랑받는 경우는 많다. 서울의 남쪽 관악산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산 입구 만남의 광장에는 삼삼오오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로 반가운 ‘관악산 詩도서관’이 보인다. 시집으로 가득한 곳. 전국 최초의 詩전문도서관이다. 관악산 입장료가 없어지면서 비어있던 기다란 매표소공간이 도서관이 되었다. 옥상공간에는‘ 시향기 쉼터’가 있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다. 시향기가 절실한 요즘, 시문화 확산을 위해 국내외 시집 4,100여 권(일반시집 3,500여 권 어린이시집 630여 권)을 보유한 독특한 공간이다. 우리 사회 문인과 문화인사들이 내놓은 애장시집들이 상당수 있다. 다녀간 어린이, 어른들이 정성들여 써놓은 정감어린 글귀들도서가 한 켠을 지키고 도종환시인이 명예관장으로 도서관을 응원한다. 때때로 애송시 낭송회도 열린다. 시를 사랑하고 즐기는 시민들과 함께 시낭송 전문가의 낭송과 시인, 일반시민, 어린이 등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시 낭송회는 시화전과 간단한 공연도 함께한다. 등산복차림의 등산객들이 시집을 고르고 시집 한 권 챙겨들고 길을 나선다. 참 보기 좋다.

 

그렇게 시작한 등산로를 쉬엄쉬엄 걸어 숲길로 접어들 즈음 동화 속 오두막 같은 작은 집이 나타난다. 도서관이다. 이름도 ‘숲속작은도서관’이다. 총 3,000여 권의 책을 갖고 있는데 어린이 책이 2,200여 권으로 압도적으로 많으니 어린이도서관이라 해야 할까? 대출은 되지 않고 열람만 가능하다. 한겨울(12월부터 3월까지)에는 문을 열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겨울 따뜻한 화롯가를 찾듯 산길에서 몸을 녹이며 책 한권 뚝딱 읽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봄이 오면서 활짝 문이 열린다. 이곳도 철거위기에 있던 관악산 관리초소를 되살려 너와지붕의 나무집으로 만든 도서관이다. 천정이 높아 시원한 도서관 안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편안한 모습으로 책에 빠져든다. 엄마아빠와 산책길에서 도서관을 만나 책 읽기에 빠져들었던 기억은 아이들에게 평생을 사는 힘이 될 것이다. 도서관 앞은

 

너른 나무 난간으로 편안한 쉼터다. 눈길을 어디에 둬도 숲이다. 산길을 접어들며 만난 도서관! 반갑기 그지없다. 요즘 지자체 청사들을 도서관 공간으로 내어 놓는 곳이 늘고 있다. 2호선 서울대입구 전철역 3번 출구 옆에 있는 관악구청 청사 1층 한 켠도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용꿈꾸는작은도서관’이다. 큰 꿈을 꾸기 바라는 마음
에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밖에서 시원하게 들여다보이는 유리벽 안으로 복층구조의 도서관, 특히 1층에 자리해서 누구나 쉽게 발견하고 드나들 수 있다. 북카페 풍경 그 자체다. 1만3천여 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고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 찾아든 이용자들로 늘 북적인다. 작가와의 만남과 문화공연들이 수시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귀한 것은 위의 도서관들은 무인도서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의 향기가 넘치는 전문 사서들이 이용자들을 반기고 돕고 있다는 점이 더욱 고맙고 반갑다.

 

요즘은 대부분 이름난 공원에 가면 여러 형태의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휴대폰 시장의 확대로 점점 사라지게 된 공중전화 부스를 이용한 무인도서관, 경원선의 신망리역 무인역사문고, 고양시 호수공원 작은도서관, 시흥 함현공원 작은도서관, 충북 청주의 두꺼비생태공원과 맹꽁이생태공원에 있는 생태도서관은 공원 주제에 맞춰 주변 환경과 책문화를 결합한 시도로 돋보인다. 순천 조례호수공원의‘ 호수공원으로 나온 미니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책이나 잡지 이외에도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책들도 넣어둘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생활 속 작은 기증과 나눔을 실천하는 의미도 좋다. 도서관이 많은 도시로 유명한 부천은 중앙공원에 숲속 작은도서관을, 부산 감천 산림공원 숲속도서관은 숲길 휴식공간 옆으로 전화부스를 연상하게 하는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최근 서울 삼청공원에도 숲속도서관이 협동조합형식으로 개관했다. 숲속의 싱그러운 기운과 책의 향기를 마음껏 누리며 치유의 힘을 경험하라고 이제 웬만한 공원에는 모두 도서관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더해 꼭 상설도서관이 아니어도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는 반가운 도깨비도서관! 누구나 지금 바로 마음을 내면 움직이는 바구니도서관을 할 수 있다. 한겨울 추위에 꼼짝하기 싫어도 좋아하는 도서관 책 몇 권 유모차에 싣거나 바구니에 담아 마을 공부방으로 노인정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로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는 도서관 운영해보면 어떨까. 사서선생님들이 나서주면 정말 고맙겠고 마을주민 누구라도 용기를 내어 한번 실천해 보자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공원에서도 마을길에서도 따뜻한 책문화가 우리 사회를 지켜낼 건강한 시민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공원벤치에 앉아 따뜻하게 해 바라기하며 누군가에게 책 읽어주는 이들의 고운 얼굴, 그것이 바로 평화다.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김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