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렁 뎅 둥그렁 뎅, 창비, 2008』을 쓰고 그린 김종도 작가가 장수초등학교를 찾아왔다. 작가김종도는『모두가기른벼, 웅진, 1994』,『 화요일의두꺼비, 사계절, 1997』,『 내이름은나답게, 사계절, 1999』,『 전쟁과소년, 푸른나무, 2003』등의그림을그리다가올해는『내색시는누구일까, 보리, 2013 』를 내면서 동화작가로 나섰다.
기다리던 작가와의 만남
장수초등학교는 전라북도 장수군에 자리 잡고 있다. 멀리 경기도에서 새벽부터 집을 나선 김종도 작가의 도착을 기다리는 마음은 걱정과 고마움으로 가득 찼다. 미리 도서관 앞 모둠학습실에 모여 작가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문을 바라봤다. 작가가 학교를 찾아오기 전, 작가가 그린 책들을 읽은 아이들은 책 속 삽화를 그려보면서 화가의 꿈을 키워보기도 하고, 작가에게 궁금한 점도 적어보았다. 작가의 책『둥그렁 뎅 둥그렁뎅』을 다함께 읽어보고 북 소리에 맞춰‘둥그렁 뎅 둥그렁 뎅’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기도 했다.
![]() | 드디어 김종도 작가가 도착했다. 작가의 책과 사진을 계속 봐서 그런지 처음 보는 얼굴이 낯설지가 않았다. 아이들을 만나기 전 작가는 도서관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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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학습실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소탈하고 선량한 인상의 작가 모습에아이들도 마음의 긴장을 풀고 재잘거렸다. 모둠학습실 창가에는 작가가 그린 책들이 햇살을 받으며 늘어서 있었고, 벽에는 아이들이『둥그렁 뎅 둥그렁 뎅』을 읽은 후 그린 흑백의 그림들이 하나의 언덕을 이루며 작가를 반기고 있었다.
작가가 들려 주는 책 이야기
작가는『둥그렁 뎅 둥그렁 뎅』을 펼쳐들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며 글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책 이름이 왜‘둥그렁 뎅’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주었다. 책을 읽어주고 싶은 친구를 나오게 해서 작가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도 가졌다.
처음에 어둡던 숲은 작가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읽을수록 달빛을 받아 환하게 밝아졌다. 작가가 오기 전에 전래동요를 부르며 춤을 추던 아이들은 책의 글을 다 외웠는지 작가의 글 읽는 속도에 맞춰 큰소리로 읊어댔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흥겨워질수록 작가의 얼굴에도 노란 보름달이 떠올랐다. 5분간의 휴식시간, 아이들은 화장실에 가는 것도 잊었는지 작가의 주위만 맴돌았다.
작가의 등 뒤에서 작가의 옷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도 있었고, 용기를 내어 사인을 해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설레는 얼굴로 작가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다시 앉게 하고 작가는 새로운 책『내 색시는 누구일까』를 손에 들었다.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대문이나 책에 낙서를 해 어른들한테 자주혼났다는 말을 듣자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책 이야기를 시작하자 아이들은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책의 배경은 1960년경의 시골이에요. 주인공 돌이가 아기를 낳는 소리를 듣고는 매를 맞는거라고 오해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돌이가 어떻게 하면 아기가 생기는지 묻자 할아버지가 장가를 가야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책과 보건교육을 통해 배운 상식을 자랑하며 한마디씩 거 들었다. 작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돌이가 미래의 색시를 궁금해 하자 할머니가 보름달이 비친 물을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그물에 담긴 보름달에서 누구의 얼굴을 보았을까요? 선생님도 어렸을 때 내 색시는 누구일지 궁금했어요.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나요?”
아이들은 좋아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의미 있게 웃기도 하고, 사귄다고 소문난 아이들을 놀리기도 했다. 이때, 작가는 칠판에 전통한복을 입은 신랑과 신부를 그리기 시작했다. 재잘거리던 아이들의 시선이 한순간 모아졌다. 다들 그림을 잘 그린다며 탄성을 질러댔다. 씩씩한 경민이가 그림 작가의 손에서 근사한 신랑이 되어 웃고 있다. 경민이의 색시는 누구일까? 경민이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얼굴을 그리려는 순간, 지목 받은 여자 친구가 울먹이는 바람에 작가는 서둘러 상상의 예쁜 신부를 그려주었다.
신랑, 신부를 그리는 것으로 책 이야기를 마치고 아이들의 질문을 받았다.
‘『내 색시는 누구일까』의 주인공이 작가 선생님이 맞나요?’라는 질문에 부끄러운 듯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계속 쏟아졌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을 그리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언제부터 작가가 되었어요?’ 작가는 3년 동안 그림을 그려서 책을 완성했다고 했고 옛날부터 작가였고, 책을 썼다고 답했다. 책 한 권을 내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놀라워했다.
만남을 정리하며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하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들 작가의 옆에 서려고 작은 몸싸움을 하였다. 작가는 아이들이 준비한 책에 사인을 해주었다. 일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아이들의 얼굴도 그려주었다.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고 늘어선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의 달이 마을사람들의 하나가 된 마음을 표현했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날이었다. 장수초등학교 친구들이 하나가 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김종도 작가에게 감사한다. 함께 찾아준 학교도서관 저널 김경숙 선생님,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창립한 조월례 선생님도 감사하다. 아이들과 단체 사진을 찍으며 오래오래 서로의 눈도장을 찍고 행사를 마무리 했다. 금빛 눈가루가 햇살 가득한 운동장에 쏟아질 때, 작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손을 흔들며 학교를 떠났다.
전라북도 장수초등학교마을도서관 사서
김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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