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번거로운 일 모두 내려놓고 고운 봄바람 맞으며 산책이라도 나서고 싶은 계절이다. 한가로운 산책길에서 문득 마주치는 그림 같은 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그것도 공원에서…….

 

 

 

고려의 명장 인헌공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 태어난 날 밤 큰 별이 떨어진 곳이라 하여 낙성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관악산자락 낙성대공원에 들어서면 빨간색의 작고 아담한 도서관이 눈길을 잡는다. 서울에서는 최초라는데, 배영환 공공미술작가의 예술혼이 담긴 컨테이너 설치미술이자연과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이 되었다. 처음 예산의 제약 앞에서도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던 지자체장이 컨테이너도서관을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회색빛 공사장 컨테이너를 연상하고 회의적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2011년 6월에 개관한 낙성대공원도서관은 공원 안의 여유 공간에 진홍빛 컨테이너 한 칸 반을 이용해 설치한 것으로 진홍빛 철판벽면 일부에 강화유리를 넣어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연면적은 약 46.7㎡, 열람석은 10석으로 작은 도서관 안에는 책장과 책상, 의자 그리고 냉난방시설이 설치되어 사계절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여름엔 더위를 피해, 겨울엔 추위를 피해 산책 나온 어린이와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도서관 공간은 작지만 공원의 푸른 잔디밭과 화사한 햇살과 나무 그늘이 열린 공간이 되어 도서관으로 연장되는 강점이 있다.

 

한 칸 크기의 큰 쪽 컨테이너는 일반열람실로 유아, 어린이, 일반도서를 대출과 열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정규직 사서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사서의 전문적인 서비스가 있다니 완벽한 도서관 아닌가. 작은 컨테이너 공간‘숲속동화그늘’에도 11시부터 출근해서 책놀이방을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전문 인력이 있다. ‘숲속동화그늘’은 유아들이 가지고 놀며 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여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는 놀이책으로 가득하다. 어린이도 부모와 함께 공원에 나들이 왔다가 책을 가지고 놀 수도 있고 혼자 오는 아이들에겐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평일 50~60명, 주말100~120명 정도가 이용한다고 한다. 작은 도서관은 공간 형편상 많은 자료를 소장할 수 없기 때문에 통합운영이 중요하다. 낙성대공원도서관도 작은 도서관이다 보니 전체 장서는 3천여 권이지만 모자라는 자료는 20여 개 관내 도서관 자료를 통합시스템으로 연결해서 상호대차하고 있다. 관악구는 인터넷으로 관내도서관 어떤 자료든 자료신청을 하면 자주 가는 도서관으로 바로 배달해주고 반납도 어느 도서관에서든 할 수 있는‘책나래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금은 1만여 명이 이 상호대차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회원증 발급을 위한 회원가입은 만36개월(나이) 이상, 서울특별시민(현 주민등록상 거주지 주소가 신분증에 기재)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타시도 거주자여도 관악구에 있는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 재학증명서나, 재직증명서로 회원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도서관들이 관악구엔 더 있다. 지역에 그럴듯한 규모의 도서관 하나 세우는 데 부지선정을 포함해 몇 백억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예산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 도서관 만들기는 더디기만 하다. 이미 도시가 형성되어 정착되어 버린 지역에서 접근성 좋은 부지를 찾기란 더욱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예산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투리 공간에 도서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엄청난 사람들이 찾아드는 관악산이 있는 관악구는 관악산 입장이 무료가 되면서 유휴공간으로 남아있던 매표소 공간에 전국에서 처음으로‘詩도서관’을 개관했다. 시집으로 가득한 도서관이다. 또 관악산 등산로를 오르다 보
면 동화 속 오두막처럼 정겨운‘숲속작은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철거위기에 있던 관리초소를 되살려 만든 도서관이다. 산길을 접어들다 만난 도서관! 반갑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모두 전문사서가 근무한다는 점이 반갑다. 이제 도서관은 크고 화려한 공간이기보다 집 문을 나서서 걸어서 10분 안에 이웃집 마실 가듯이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절실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역의 공공건물 유휴공간을 적절이 활용한 작은 공공도서관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낙성대공원도서관도 자료구입비까지 9,300여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킨 사례이다.

 

관악구는 지식문화정책국이 있다. 거기에다 전국 최초로 도서관과 독서문화를 지원하는‘도서관과’가 독립적으로 있다. 도서관과 교육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지자 체장이 약속한 도서관관련 공약이행을 성실히 하는 중이다. 지역 문화와 도서관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지자체장을 선택한 민도가 돋보인다. 우리 마을에도 산책길에서 휴식처럼 반가운 도서관을 만나고 싶다면 도서관을 요구하는 건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 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김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