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9일, 그것도 566돌을 맞는 한글날. 대구 효명초등학교에서『초정리 편지』의 배유안 작가를 만났다.

앞산 자락, 공기 맑은 곳에 자리한 대구 효명초등학교. 화창한 가을볕 아래운동장을 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다. 본관 입구에 배유안 작가와의 만남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6학년 2개 학급 친구들과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된‘슬기샘 도서관’은 별관 1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글씨가 떨어져 나가 중간 글씨들을 알아볼 수 없지만‘날마다 오는 도서관……놀이터’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놀이터에서 놀듯 신나게 책과 놀 수 있는 곳, 도서관에서 따뜻하고 풋풋한 아이들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도서관 곳곳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은『초정리 편지(배유안 지음. 창비. 2006)』와『다 알지만 잘 모르는 11가지 한글 이야기(배유안. 책과함께어린이.2010)』를 읽고 소감과 질문거리들을 종이에 적어 도서관 앞쪽에 붙여놓았다. 단정하고 야무진 글씨, 괴발개발 쓴 글씨,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36개의 질문지가 오밀조밀 작가를 기다린다.배유안 작가는 첫 장편동화『초정리 편지』로 일약 스타작가가 되었다. 부산에서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를 하며 짬짬이 공모전에 낸 작품들이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유안이란 이름을알리게 된 작품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장편동화『초정리 편지』이다.작가는 이 작품으로 2006년‘창비 좋은 어린이책’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고, 10대 청소년들의성장을 그린 소설『스프링벅(창비. 2008)』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도서관 사정상 2개 학급만 작가와의 만남의 가지려했으나 급하게 한 반이 더 늘었다. 오후 1시, 3개 학급 약 80여 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몰려왔다. 의자가 부족해 포개 앉기도 했다. 빼곡히 아이들로 들어찬 도서관에는 작가 선생님을 찾으려는 160여 개의 눈동자로 가득하다. 누가 배유안 작가 선생님일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저 아줌마인가? 강연대 뒤에 앉아 있는 작가를 발견하지 못한 눈동자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굴러다닌다.드디어 기다리던 작가와의 만남. 작가는『초정리 편지』를 쓰게 된 동기와 과정을 아이들에게조곤조곤 들려주기 시작했다.

 

 

작가는 한글창제에 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글 창제가 집현전 학자와 세종대왕의 공동업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작가는 한글 창제 과정을 직접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비밀 연구에 가까웠던 한글창제의 과정과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반포 과정,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놀라운 업적을 알게 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몰래 만들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바로 여기에『초정리 편지』를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그 속에 장운이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자. 자료를 찾고 또 찾고, 고치고또 고치고, 혹시나 실수가 나올까 답사를 가고. 작가는 한 편의 동화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한글이 옛 글자를 모방한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할 때, 최만리의 반대 상소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설총의 이두는 한자를 빌려온 것이고, 임금님이 만든 글자는 한자와는 다른 독창적인 것이어서 반대한다.”
아이들이 웃는다. 저희들 생각에도 이해가 되지 않나 보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걸까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 생각해 보게 하고, 역사적 근거를 들어가며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어간다. 비록 내용이 어려워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오늘 배유안 작가를 통해 느낀한글에 대한 자긍심과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을 아이들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시간 정도 강의가 끝나고 미리 준비된 질문지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작가가 답해주는 시간
을 가졌다.
“동화에 왜 옛글자를 사용했나?”
“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동화를 썼나?”
“작가가되기위해어떤노력을했나?”,“ 동화한편을쓰는데걸리는시간은?”
“글을 쓰면서 가장 힘들 때는?”
진지한 질문들은 장난기로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작가는 아이들의 질문에 정성들여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는 목소리에서 작가의 열정을 느낄수 있었다.
􄤎옛글자를 알고 고전문학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옛글자를 동화에 넣었고 하나하나 전문
가의 감수까지 받았다.
􄤎재미있게 읽고 역사적 지식은 저절로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역사 동화를 쓴다.
􄤎한 편의 동화를 쓰는 데 준비기간이 1년 이상, 집필기간이 2~3달, 나머지 수정기간을 포함
해 약 2년이 걸린다.
많은 답변들이 있었지만 배유안이라는 작가를 알 수 있는 두 가지 대답이 마음을 끌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중요하다. 작가는 세상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작가란 그 시대의 문제에 의
식을 갖고 문학으로 기여하는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가장 힘들 때는 작품을 쓰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이다. 하고 싶은 말
을 적절하게 쓰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지식과 경험, 철학의 부족을 느낄 때, 나의
부족함 때문에 더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독자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진정성과 작품에 쏟는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도 남아
있는 먹먹함 때문에 한참을 품에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작품을 쓴 작가는 저토록 열정을 쏟아
부어 작품을 완성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와 질의응답 시간을 마치고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한 여자 아이가 긴 사인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려 조심스럽게 작가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는 인터넷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학생인데요. 소설을 쓰다보면 글이 이어지지 않아 그만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땐 어떻게 하세요?”
“글이 안 써 질 때는 쓰고자 하는 것에 관해 더 찾고 공부하세요. 열심히 찾고 공부하다 보면하고 싶은 이야기가 흘러나올 거예요.”
미래의 작가는 현재의 작가에게서 중요한 가르침을 받았겠지?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마음속에 하고픈 이야기가 넘쳐나야 한다는 것을…….

 

 

 

 

 

홍숙경
대구 동화읽는 어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