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양 초등학교 아이들과 만난 동화 작가 채인선

2010년 7월 21일에 경기도 구리시의 내양 초등학교 아이들과 채인선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전날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하늘이 꾸물거려도 비는 안 올 듯싶었다. 며칠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일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길은 나섰다. 아이들과 작가의 만남이 궁금하다며 동행한 친구와 함께 구리 역에 내려 택시를 탔다. 목적지를 말하자 기사 분께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가깝게 지내며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작아서 좋은 학교라고 칭찬했다. 그 말을 들으니 새삼 학교가 더욱 궁금해졌다.



내양 초등학교
내양 초등학교는 1969년 12월에 갈매 초등학교 사로 분교로 개교했다. 1972년 3월에 내양 국민학교로 승격된 뒤, 1996년 내양 초등학교로 개명했고, 2006년에는 도서관을 개관했다. 현재는 전체 6학급 85명의 학생들이 신한권 교장선생님, 10분의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지혜의 샘>이라는 현판이 걸린 도서관에 들어서자, 학생 수에 비해 많은 책(나중에 책들을 훑어보면서 좀 더 다양한 목록과 최근의 책들이 보태지면 더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과, 작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스무 명 남짓의 논술반 아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논술반은 학년 구분 없이 전 학년 스무 명 남짓이 모여, 김호연 선생님과 권영옥 선생님의 지도로 일주일에 4시간씩 방과 후 학습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작가와의 만남
채인선 작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된, 도깨비 이야기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며 만남을 시작했다. 무서운 도깨비를 변화시킬 정도니 이야기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며 책의 힘에 대해 들려주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고, 궁금하거나 관심 있는 걸 더 많이 찾아봄으로써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많이 알게 되어 연애도 잘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아직은 초등학생들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연애를 잘 할 수 있다는 말보다 작가의 어릴 적 일화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께서 전집 값을 반밖에 낼 수 없어서 절반의 책을 갖게 되었지만,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어서 작가와 아이들은 <시카고에 간 김파리>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글귀를 서로에게 읽어주었다.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속으로 듣다보면 상상력을 자극하고 뇌를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며, 자주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질문과 답변 그리고 아빠 고르기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책을 읽고 궁금했던 점을 작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이기에,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왜 파리의 성을 김 씨라고 했어요?” “김파리는 왜 시카고에 갔나요?” “밍구는 왜 심심풀이로 아기 키우기를 택했나요?” “작가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해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아이들의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변했다.
“사물에 성을 붙이니까 하나 밖에 없는 독특한 것이 됐어요. 파리가 김파리가 된 이유는 남편의 성이 김 씨라서 김파리가 됐어요.” “시카고는 내가 가본 곳이에요.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오지만 작가는 배경이나 소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작가의 경험에 따라 바뀔 수가 있거든요.” “밍구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심심해 보이지 않아서 심심풀이로 아기를 키우면 좋겠다고 여겼어요.” “작가가 되려면 책을 많이 읽고, 많은 걸 보고 경험하며, 자기 생각을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해요.”

 

이어서 작가는 <아빠 고르기> 책을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여러분이 아빠를 골라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아빠를 고르게 된 이유를 물었다. 아이들은 앞을 다투어, 술은 조금 마셔도 담배를 안 피운다거나, 가족을 사랑하고 잘 돌봐주며 숙제를 도와준다거나, 섬세하게 물건을 잘 만들어서 자신의 아빠로 골랐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아빠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자신의 아빠로 골랐다는 의외의 답변도 나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며, 정말로 아빠에게 큰 힘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인회 그리고 떡볶이 파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고 작가의 책을 상품으로 받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흘러 만남을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질문에 답을 듣지 못해 많이 서운해 했다. 하지만 사인회가 시작되자 그 서운함을 작가 사인으로 대신하려는지 우르르 몰려들었다. 사인회가 끝나자 어머니들께서 만들어 온 떡볶이와 어묵탕을 다함께 나눠먹었다.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큰 울림과 힘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길 바랐다.

 


며칠 후 권영옥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쓴 작가와의 만남 후기를 보내주었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간략히 소개한다.

3학년 김동은 : 작가를 만나고 나서 꿈이 치과의사에서 작가로 바뀌었다. 나는 작가가 아주 신기하다. 선생님은 25권의 책만 읽고 작가가 되신 분이다. 나는 채인선 작가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4학년 이성민 : 처음으로 작가를 만났다. 채인선 작가가 내 질문에 대답해주셔서 궁금증이 싹없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는 다른 작가도 만났으면 좋겠다.
4학년 박시우 : 나는 평소에 책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논술반에 들어오게 된 후, 서점에서 더 많은 책을 사게 되었고 책도 많이 보게 되었다. 오늘 채인선 작가님을 만난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4학년 이슬 : 채인선 작가님을 만나서 내가 유명한 사람이 된 듯 했다. 나는 발표를 잘해서 <나의 주인>이란 책을 받아서 너무 좋았다. 작가님을 만난 것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선생님!! 우리 학교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4학년 박좋은 : 선생님이 힘쓰는 사람, 남을 괴롭히는 사람 보다 생각을 많이 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사람이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느꼈다.
4학년 김나현 : 채인선 작가님께 질문하는 시간에 “<정민이와 두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조금 더 사실적으로 쓰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고 하자 작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엄청 기분이 좋았다.
5학년 김다원 : 선생님이 책을 소개해 주실 때마다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났다. 사인회를 할 때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앞으로 다른 작가님 책들도 많이 읽어야겠다. 책들이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이 책을 빨리 보렴’
5학년 김산하 : 책과 한층 가까워진 것 같고 작가라는 꿈도 새롭게 생겼다. 선생님께서 길게 설명하실 때는 좀 지루했지만 자신의 경험 이야기를 하실 때는 너무 재미있었다. 오늘 정말 재미있고 좋은 시간이었다.
6학년 김희진 : 나는 더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책을 많이 읽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간 이야기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지식과 생각을 키워 좋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들어 갈 것이다.


이승숙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