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사람이 변한다 책 읽는 모임이 세상을 밝힌다 세상을 지킨다

아이가 엄마를 만들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아이 덕분에 책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앞세워 경쟁하려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서로 등 도닥이는 따뜻한 이웃을 만났고 마을을 고향으로 가꾸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 힘은 세상이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라고 사탕발림을 하며 꼬드겨도 공포스러운 협박을 해와도 엄마들은 꿋꿋이 아이들을 지켜내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때요? 살만한 세상이지요?

 

 

책이 사람의 본모습을 지키게 했습니다. 책모임이 사람을 당당하게 하였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주변에 따뜻한 기운을 함께 나누는 힘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 압니다. 엄마들의 용기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무엇이 옳은 일인지 말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선생님들이 그리고 엄마들이 책으로 즐기고 책으로 아이들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이번에는 학교 밖에서 책으로 행복한 두 모임을 소개합니다.


    <좌충우돌 책 모임>
길꽃어린이도서관 책밭매기 독서클럽

 

엄마가 바로 서야 아이들도 바로 선다!
우리는 강서구에 있는 길꽃어린이도서관에서 개설한 독서문화이끔이 과정에서 일 년 동안 수업을 함께 듣던 엄마들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 방법을 찾기보다 앞서 내가 먼저 그림책을 읽고, 신문지 놀이를 하고, 손가락 인형을 만들고, 동화작가도 만나 싸인도 받았습니다. 늙은 아이가 되어 아이들이 할 법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유치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마음 속에 꽁꽁 싸매놓았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아이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일 년을 보내고 고민할 것도 없이 우리는 우리들의 책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로부터 꼭 일 년하고도 두 달이 지났네요.


그 동안에 자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에는 우리가 자원봉사자가 되어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그 동안 배운 독서지도 수업을 펼쳤습니다. 또, 도서관 지원금으로 생태활동가를 모시고 우리 마을의 산을 돌면서 생태수업도 들었습니다. 아이들과는 한 달에 한 번 씩 우리 동네 산과 공원에 모여 산행도 하고, 즐거운 놀이도 합니다. 그 동안, 책도 일주일에 한 권씩 50권 넘게 읽었습니다. 단순히 읽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사는 즐거움도 함께 했습니다. 볼 만한 공연이나 박물관 체험도 웬만하면 함께 갔습니다. 즐거운 이웃사촌을 사귄 것 같습니다.


물론 가끔씩 벽에 부딪히는 일도 있습니다. 책이 너무 어린이, 청소년에 국한되다보니, 성인책이 고픈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다 보니 생각 차이가 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러나,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문제는 쉽게 풀렸습니다. 책모임은 책의 내용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은 체를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사람살이를 배우는 곳, 그곳이 바로 책모임입니다.


요즘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도 자주 듣습니다. 독서문화 이끔이 수업도 들었는데 왜 아이들 책모임은 가지지 않느냐고요. 그것도 좋지만, 우리는 어른들의 책모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 동안 우리가 읽은 책 속에서, 책 밖에서 깊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정옥
길꽃어린이도서관 책밭매기독서클럽클럽장

 

 

책만 읽던 바보가 엄마가 되니
저는 책을 참 좋아합니다.
아이 때 남의 집에 놀러 가면 그 집 책꽂이 탐험이 끝나야 놀이를 시작했지요. 그래서 공부도 잘 했겠다고요? 근데 그렇진 않았어요.


도서관 분류번호 800번대 이야기책의 스토리만 엄청 빠르게 그야말로 재미나게 읽어대기만 했었던 거죠.
‘재미난 책’ 밝힘증은 여전해서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소장도서가 많은 편에 속하는 동네 도서관에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거의 다 읽었습니다.


큰애를 낳자마자 눈에 뵈는 게 없는 때부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고요. 그러다 작은애가 태어나 육아에 정신없다보니 책 읽어주기가 소홀해 지더군요. 그래서 시간 약속을 해 동네 또래아이들을 불러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지요. 남의 애가 끼니 자연 꾸준히 읽어줄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책으로만 세상을 보여줄 수는 없는 법.
6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간 큰 애 친구들을 모아 동네 흙바닥 공터에서 전래놀이를 했습니다. 형이건 누나건 지나던 아이 누구나 같이 어울려 놀았는데. 적게는 너댓 명에서 많게는 서른 명이 훨씬 넘는 아이들이 “전래놀이 할 사람 여기 붙어라!”를 외치며 시작했지요. 언제나 같은 시간에 놀이를 해야 놀고 싶은 아이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4년 넘게 비가 오면 우리 집에서 눈이 오면 눈싸움하며 놀았죠. 나름 얼마나 열심히 했냐면요. 외출했다 전래놀이 시간에 맞춰 돌아오느라 과속해 사진에 찍히기도 하고, 제삿날도 전래놀이는 하고 갔었죠.(어머님 죄송해요!)


두 아이를 데리고 생태체험이나 전시회, 음악회도 자주 다녔는데 자동차 빈자리가 아까워 다른 친구들을 꼬옥 데려갔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이 다니는 가족들이 점점 늘어나더군요.


엄마는 점점 흑심이 생기고 다시 책이 필요해지기 시작합니다. ‘편하게 다니던 전시회도 뭔가를 하고 보면 더 낫지 않을까?!!!!! 흐흐흐흐 그거야!’


그때부터 엄마의 시행착오가 시작됐습니다.
박물관에 갈 때 관련 도서를 읽거나, 활동지를 만들어 해보거나, 유물을 그려보거나 사람이 적은 박물관에 갈 때는(규장각 같은 곳) 각자 한 가지씩 공부해 서로 설명해주기도 하고 ‘화가들의 천국’ 전시 때는 연극놀이로 배경지식과 호기심이 생기게 준비도 해보고 초등 필수 답사 코스인 경주는 다섯 집이 모여 한 달 넘게 준비를 했답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하지요. 엄마들이 다양하게 도와주셨습니다. 당신 거실을 놀이 장소로 제공하거나, 아이들 간식을, 운전을, 사진을 등등, 든든한 지원자들이 늘어날수록 판이 점점 커지게 되더군요.


다른 나라 문화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세계문명전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은 이집트. 여러 번 전시를 보고 해설도 듣고, 전시를 잘 보기위한 40여 장짜리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도움을 청했죠. 과거 전공이나 직업, 취미, 특기 모두를 고려해 엄마들 담당이 정해집니다. 두 달여 준비 끝에 드디어 이집트 문화를 펼치는 행삿날. 4명이 한조인 아이들이 엄마들 자리를 찾아다니며 이집트로 여행을 떠납니다. 잔치에 빠질 수 없는 이집트 음식까지.
50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석했던 잉카전. 그리스대사관 직원인 어머니 덕에 더 풍요로웠던 그리스전. 도우미 어머니들을 소개 할 때 “이 정도의 진행자들이면 인건비가 천문학적이다.”며 제가 거품을 물 정도로 전문가 뺨치는 어머니들 덕분에 모두 성공적인 행사였습니다.


돈도 안 되는 이상한 짓만 한다고 동네에서 외계인 취급 많이 받았습니다. “호연엄마 간첩이지?” 하는 소리까지 들었고요. 우리 아이나 같이 놀았던 아이들의 행사나 답사 때 보여준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이 짓도 중독이 된다는 걸 모르는 엄마들이지요. 책을 읽다 우리가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해 할 아이들을 위해 재량휴일인 내일도 모여서 사진전에 갑니다. 엄마는 사진에, 아이는 간식으로 사준다는 와플에 잔뜩 기대를 하며 내일 이야기를 나눕니다.

 

 

김진희
학부모. 학도넷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