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몇몇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책이 더 재미있습니다. 책 이야기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사는 이야기를 해야, 사람 머리를 누르는 답답함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좋은 책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요. 다른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겪는 일들을 남들도 같이 겪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서 위로 받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리고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격렬합니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은 해맑아서 예쁘지만, 아이들끼리 모여 있으면 그 맑은 얼굴만큼 순수하지 못한 온갖 일들이 일어납니다. 아이들은 성장기에 겪는 여러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까 궁리하고 때때로 선택 상황에 놓여 고민합니다.


성장기에 겪는 갈등을 어떻게 소화하는가에 따라 사람은 인격이 달라집니다. 강자의 위치에 놓인 아이는 상처를 덜 입지만 친구에게 함부로 하는 버릇이 생기기 쉽습니다. 피해를 입는 약자인 아이는 악에 대한 예민한 감성을 발달시키지만, 자칫 힘센 이에게 굴복하며 사는 성격이 되거나 자기보다 약한 대상을 찾아 자신이 강자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강하게 혹은 약하게 태어나거나 하는 일은 운명적입니다. 물질적 상황은 아이가 어쩌지 못하는 타고난 환경입니다. 가르치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각각의 상황에서 아이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상황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도, 그 상황을 잘 소화하면 아이는 그 문제 상황을 딛고 더 멋지게 성장합니다.

 

책은 성장기의 갈등을 겪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어린아이가 초등학생을 거쳐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온갖 문제를 겪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나 교사가 도와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도와주더라도 그 모든 상황에 함께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때 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커서 성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어른들은 걱정이 커집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터놓고 말하기는 부끄럽지요. 이럴 때 청소년들이 임신을 하고 겪는 이야기를 다룬 <키씽 마이 라이프>(이옥수)나 십대 미혼모들이 자신들 이야기를 쓴 <별을 보내다>(대한사회복지회)를 권하면 됩니다.


중고등학생이 된 자녀가 어렵게 일하는 부모를 부끄럽게 여겨 멀리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면, 세상에서 어려운 일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 주변 분들의 직업 이야기를 다룬 <밥줄 이야기>(이동권)나 <참 아름다운 당신>(도종환 외)을 권할 수 있습니다. 입시학원을 오고 가며 문제집 풀이에 찌들어서 기운이 없다면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을 읽어보라고 해보세요. 고등학생들이 책을 읽고 저자를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일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답니다. 무기력증에 빠진 친구들에게 자극이 되는 책이지요.

 

함께 이야기하는 책읽기는 진정한 자기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책을 읽고 몇몇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책이 더 재미있습니다. 책 이야기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사는 이야기를 해야, 사람 머리를 누르는 답답함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좋은 책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요. 다른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겪는 일들을 남들도 같이 겪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서 위로 받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리고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고등학생 제자가 졸업하기 전에 글을 썼습니다.

 

“나의 ‘인간을 분류하는 행위’는 도서부에 들어오면서 바뀌었다. 약한 자라고 분류한 아이들과 끝없이 대화하며 배웠고 특히, 약한 자로 분류했던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과 토론할 때, 나보다 생각의 깊이가 얕은 사람이 없었다. 그들과 얘기하며 제대로 고뇌하는 법도 배웠다. 물론 이 때 선생님의 도움이 컸음은 당연하다. 이렇게 독서토론을 시작으로 여러 친구들을 사귀면서 서서히 바뀌어 지금은 사람을 거의 가리지 않는다.”

 

이 학생은 신체 조건과 집안 배경이 좋고 공부도 잘해서 여러 학생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우월감에 빠져서 친구들을 강자와 약자로 나누고 강자로 판단되는 친구와 주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책 읽고 이야기하는 도서반 동아리에 들어와서야 모두가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 더욱 빛나게
사람은 다 자기 빛깔이 있습니다. 그 빛깔대로 살려면 그 사람에게 지성이 있어야 합니다. 획일적인 사회가 빛깔 있게 살려는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서토론 동아리를 함께한, 제가 아끼는 제자가 이번에 산림학과에 갔습니다. 조경을 하고 싶다고 했지요. 공원이나 정원을 찾는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져서 기운 나게 하고 싶다고 합니다. 다른 제자는 철학과에 갔는데 사회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해 보겠다고 해요. 이 친구들이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식으로 대답했으면 시시했을 텐데, 그러지 않아 교사인 제 마음이 좋았습니다. 그들은 인생을 자기 손으로 선택했기에 저는 박수를 보냅니다.

 

책은 교양과 흔들림 없는 마음의 중심을 갖게 합니다
책만 읽는다고 사람이 다 훌륭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 멋진 사람이 되는 통로임은 분명합니다. 책으로 해서 세상 여러 곳에 흥미가 생기고 인생을 돌아보게 되기에 그렇지요. 교양이 있으면,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송승훈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원, 광동고 교사
http://blog.naver.com/wintertree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