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자연이 도서관이란다”

사계절 내내 운치있는 풍경을 자랑하는 양평에서 용문산을 병풍처럼 드리운 지제초등학교는 1932년에 개교한 유서 깊은 학교로. 2003년에 개관한 한울 도서관은 교실 두 칸에 1만 1천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최누시아 사서선생님은 180명의 아이들을 위해 늘 새로운 도서 정보와 좋은 책으로 도서관을 채우고 싶단다. 그래서 이번에 인근에 있는 곡수 초등학교와 6학급 규모의 분교 어린이들이 연합하여 운영하는 겨울 독서교실에서 찾아가는 작가 행사를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 양평에서 지낸 작가는 ‘ 양평 지제초등학교에서 초청했다’ 고 하자 고향 가는 느낌이라며 왈칵 반가워하며 선뜻 응했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시골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살았던 작가는 시골 생활에 대한 풍성한 추억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원유순은 인천 일신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왕성하게 활동하는 동화작가이다. 『열 평 아이들』, 『까막눈 삼디기』, 『똘배네 도라지 꽃밭』, 『날아라 풀씨야』, 『콩달이에게 집을 주세요』, 『넌 아름다운 친구야』, 『피양랭면 집 명옥이』, 『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카』 등 그동안 쓰고 엮은 책이 50여 권에 달한다. 원유순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구상의 동물과 식물에 대해 알아 가고, 지구촌 아이들이 서로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쉬지 않고 동화를 쓴다고 한다.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작가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이 참 많이 좋아한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찬 공기가 맵싸하게 와 닿는 이른 아침에 만난 저자는 어깨에 바이올린을 척하니 메고 나타났다. 아이들 앞에서 연주를 할 거란다. 연주는 아이들과 함께 듣기로 하고 아름다운 경춘가도를 달려 지제초등학교 도서관에 도착했다. 아담한 도서관, 머루 같이 검고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한 30여명의 아이들이 ‘ 애해 해해~~’ 하고 웃으며 진행팀을 맞이한다.

 


아이들을 만나자 작가는 바이올린을 열면서 오늘은 여러분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보여 줄게요. 그냥 취미로 해오던 건데 오늘 첫 연주를 하는 거예요. 틀릴지도 모르는데… .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 오 데니 보이’ 가 은은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 와~ 잘한다.’ 아이들의 놀란 눈이 작가에게로 쏠린다. 다소 쌀쌀하던 도서관은 금세 따듯한 분위기로 바뀐다. 작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여러분 <고향의 봄> 알아요?’ ‘ 예~~~~~.’
‘ 그럼 우리 다 같이 불러 볼까요?’ 30여 년째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노하우를 발휘하며 아이들과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작은 음악회를 지휘한다. 음악회를 마치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화 쓰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어요?” 한 아이가 묻는다.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과 추억,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 많아요. 여러분들도 어쩌면 내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 와~’ 하며 한 아이가 눈을 반짝인다.
“『콩달이에게 집을 주세요』(대교)에서 콩달이가 예쁜 달이를 찾아갔는데 거기서 그냥 끝났어요. 나중에 콩달이는 엄마를 찾았나요?”
“글쎄요? 예쁜 달이가 아기를 가졌거든요. 콩달이와 예쁜 달이가 안전한 자리를 찾아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는데 나중에 콩달이가 엄마를 찾았는지는 여러분이 상상해 보세요.”
“콩달이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예요?”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예요. 100% 실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듣거나 보았거나 경험한 것을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 실제 이야기처럼 쓰는 거예요. 그게 작가예요. 실제가 좀 들어가기는 하지만 모두가 실제라고 할 수는 없지요.”

 

“『산타클로스를 납치하라』(리젬)는 크리스마스에 썼어요?”
“여러분 산타 할아버지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없어요.”
“이 이야기는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동생이 ‘ 산타 할아버지 선물 주세요.’ 하면서 잠자리에들자 형이 몰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이야기예요. 어떤 아이라도 선물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날아라 풀씨야』(웅진)를 지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강원도 원주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새 학교로 발령을 받아서 영월의 심심산골로 이사했어요. 전교생 30명이 있는 학교였고 드문드문 집이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옥수수 하고 땅콩을 재배하며 살았어요. 거기서 한 2년 살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산에 가서 꽃 따먹고, 딸기 따먹고, 두릅 따고, 아까시아 꽃 따먹고, 멱 감고 그랬어요. 도시 아이들이 그런 경험 못하는 거 안타까워요. 나의 그런 경험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쓴 동화예요.”
“어떻게 작가가 되었어요? ”
“초등학교 5학년 때 강원도 전체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돌아가신 이원수 선생님이 심사했는데, 학교에 오니 교장선생님께서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소개해 주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때 나는 ‘ 글을 잘쓰나 보다. 작가가 되어야겠다’ 하고 생각하면서 꿈을 키웠어요. 그리고 작가가 되었어요.”

 

“『피양냉면 명옥이』는 왜 썼어요?”
“명옥이는 북한서 탈출한 아이예요. 남한으로 탈출해 오면서 죽을 고생을 했지요. 북한의 아이와 남한의 아이가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아이들의 야무진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작가는 이야기 중간에 질문을 잘하는 어린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면서 미리 챙겨온 동화책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입이 귀밑에 걸린 아이들과 사진한 장 찰칵! 찍고 행사를 마쳤다. 오늘 행사는 시골서 자라는 아이들과, 시골서 자라 어른이 된 아이가 만나서 책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다소 수준(?)높은 질문도 했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답해준 원유순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은 신광 초등학교 도서관에 60여 권의 어린이책을 증정했습니다.

조월례
어린이책을 즐겨 읽으며 문화관광부, 중앙일보, 출판인협의회의 어린이책 선정위원을 엮임했으며 책문화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