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이 아니라 정신을 살찌우는 책을 읽자”

초겨울 바람이 쌀랑거리는 2006년 11월30일 키가 1미터 79센티미터나 되는, 그래서 스스로 키다리 동화작가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이상교가 찾아가는 작가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선생님은 동시작가이면서 동화작가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그뿐만 아니다. 작년에는 그림전시회를 열어 화가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주변에 언제나 사람들을 몰고 다니며 놀기를 즐기는,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이상교가 서울 용산 청파동에 있는 신광초등학교를 찾았다.

 

 

2003년 9월 1일 문을 연 신광초등학교 어린이 도서관 <꿈 가꿈 터>는 10,000여 권의 장서를 갖고 있어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자랑거리이다.
도서관은 저학년을 위한 그림책 공간인 ‘ 도란도란 책방’ 열람실과 도서관 협력 수업을 할 수 있는 ‘ 수업자료실’ , 조용히 책을 읽고자 하는 어린이를 위한 개별 열람대인 ‘ 나홀로 공간’ , 디지털 정보 검색과 E- book을 볼 수 있는 ‘ 디지털 정보자료실’ , DVD,VTR을 열람할 수 있는 ‘ 영상자료실’ , 학부모님을 위한 ‘ 학부모 책방’ 등을 운영한다. 독서교육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교수 학습의 중심센터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전담 사서 장은영 선생님의 초대로 이루어진 ‘ 찾아가는 작가’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도서관의 의미를 한 번 더 다져주는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은 남자예요? 여자예요?”
커다란 키에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머플러를 휘날리며 도서관에 들어선 작가를 보며 한 아이가 진지한 눈빛으로 묻는다. 작가는 하하 웃으며 딸 둘을 둔 엄마라는 이야기로 ‘ 찾아가는 작가’ 시간을 열었다.
“나는 강화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어요. 학교 갔다 오면 책가방을 휙~ 팽개치고 아이들과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칡뿌리도 캐고, 개구리도 잡고, 물고기도 잡으며 공부도 안 하고 마구마구놀았어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려고 애쓰시는 선생님께 아이들은 아주 묵직한 질문을 한다.

 

“선생님 동화에는 겉모습과 다른 유난히 마음 착한 주인공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생각으로작품을 쓰세요?”
어른과 아이가 바뀌어 버렸다. 어른은 신나게 놀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려는데 아이들은 ‘ 이제 그만 공부해야지.’ 하는 분위기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경솔한 것은 없을 거야. 한 가지 예로 난 비싼 옷을잘 안 입어. 싼 옷을 요리조리 잘 맞추어서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해. 그런데 이웃집 어떤 아주머니는 이런 나를 은근히 무시했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느낌으로 알잖아. 그런데 우연히 내가 작가인 걸 알고 태도가 싹 바뀌는 거야. 사실, 도둑이라거나 살인자라고 해서 모두 다 나쁘기만 한 건 아니야. 잠깐 실수로 도둑도 되고 살인자가 되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그들도 본성자체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닌 거지. 나쁜 사람도 어떤 계기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런 것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로 들려주고 싶었어.”
40여 명 80개의 눈들이 숨죽이며 이야기를 듣더니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쓰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책은 어떤 책인지요?”
“저학년 동화책인 『술래가 된 아기별』(견지사)인데, 이 책은 내가 쓴 첫 책이기도 하고, 이미 이 세상에는 안 계신 내 아버지께서 보신 첫 책이기도 해.”

아이들 질문은 이어졌다.

“작가가 된 이유가 뭐예요?”
“어린 시절, 눈이 나빠 칠판이 잘 안 보여서 공부를 못했어. 그러다 보니 열심히 놀 수밖에 없었단다. 뱀도 잡고 새둥지에서 알도 꺼내고, 칡뿌리도 캐고 그랬지. 그때 열심히 논 이야기를 쓴 게 동화가 되고 동시가되고 그랬어.”

 

“젤 많이 팔린 책은 뭐예요?”
‘ 아이구 얘들아 좀 재밌는 질문 좀 하거라.’ 하는 표정으로 선생님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쓴 『처음 받은 상장』(국민서관)일 것 같구나. 여러 독서 단체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되었거든.”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한 일은 무엇인지요?”
“글쎄, 공부를 넉넉히 하지 못한 일,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데 그다지 많이 다니지 못한 일등이지. 두 가지 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할 생각이야.”

 

“제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어떤 책 이예요?” 한 어린이가 물었다.
“생각하는 것이며 외톨이라는 것이 나와 비슷한 『빨간 머리 앤』이 좋았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밖에서는 흰 눈이 펄펄 내렸다. 키다리 동화작가 이상교선생님과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또 다른 길처럼 흰눈은 어린이들의 마음에도 선생님의마음에도 똑같이 내려 쌓였다.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은 신광 초등학교 도서관에 100여 권의 어린이책을 증정했습니다.

 

조월례
어린이책을 즐겨 읽으며 문화관광부, 중앙일보, 출판인협의회의 어린이책 선정위원을 엮임했으며 책문화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