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더불어 만들자꾸나!” 사람들은 동화작가 임정진은 몰라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와 소설 제목은 들어보았다고들 한다. 청소년 소설 쓰기로 시작해서 지금은 동화를 더 열심히 쓰는 임정진은 『나보다 작은형』(푸른숲), 『강아지 배씨의 일기』(대교), 『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푸른책들), 『개구리의 세상구경』(웅진)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갖고 있다. 임정진은 아이들 삶에 바짝 다가가 있다. 어른들 생활이 그렇듯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이들과 가까이서 부대끼며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엮어낸다. 사실은 작가들이 연봉이 아주 높아서 이 또랑한 눈빛을 한 아이들이 아동문학에 뜻을 두면 좋겠다. 하지만 작가는 웃으며 그저 연봉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기쁘게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는 모르지만 임정진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작품에는 은연중에 둘레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전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좀더 의미있는 일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때 어린이 텔레비전 프로인 「뽀뽀뽀」 작가 일을 할 때 ‘친구들이 나를 왕만두라고 불러 줄 때 제일 기분이 좋다’던 화교 아이를 만났어요. 그 꼬마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 친구 왕만두』라는 작품을 쓰기도 했답니다.” 하면서 작품을 쓰게 된 내력, 각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과정들을 성의껏 대답 해 주었다.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는 작가 임정진은 세상일에, 무엇보다 아이들 일에 늘 마음을 열어두고 있다. 그것은 아이들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열쇠인 듯 하다.
최근에 여러 작가와 함께 낸 작품 『편견』(뜨인돌어린이)에 실린 임정진의 「엄마와 오까상」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엄마와 그 자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온갖 편견을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로 편견의 부당성과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을 그려 보인다. 『발끝으로 서다』(푸른책들)에서는 발레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갔던 한 소녀가 위기와 우여곡절을 다 겪으면서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삶을 엮어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나보다 작은형』(대교)은 형이 아파서 키가 크지 않자, 그 형을 바라봐야 하는 아우의 애틋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면서, 작가 지망생을 가르치기도 하는 재주꾼 임정진은 이야기 아줌마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아이들과 가까이 있는 걸 좋아해서다. 작품 속 인물들과 만나는 시간, 아이들이 학교 도서관에 작가를 맞이하기 위해 온갖 단장을 해놓아서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자리에 앉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나오더니 『강아지 배씨의 일기』(대교)의 각 장면을 여러 팀으로 나눠 토막연극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쑥스러운 얼굴로 어색한 배우가 된 아이들의 발그레한 얼굴이 예쁘다. 거기다 미리 써 두었던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읽어준다.
아이들은 이런 시간을 준비하면서 작가 모습을 상상하고, 작품 속 인물들과 만나는 경험을 했겠지. 그리고 아주 조금이나마 세상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는 경험을 했겠지. 작가 임정진은 너무 행복하고 감동적이어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많이 알려진 『나보다 작은 형』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아픈 아이들을 많이 보았어요. 아는 아이도 있고 모르는 아이도 있지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아이들은 개구진 모습은 싹 감추고 으젓하게 폼을 잡고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질문을 한다. 어떤 녀석은 ‘연봉이 얼마예요?’라고 묻기도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작가와 어린이들의 만남
“어떻게 작가가 되었어요?”
“첨부터 작가가 될 맘이 있었던 건 아니예요. 학교 졸업하고 잡지사와 사보편집일을 했었어요. 그리고 아기를 낳아서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있었는데 잡지사에서 함께 일했던 부장님이 영화 소재소설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하셨어요. 처음으로 쓴 소설이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그 후 계속 글쓰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운이 좋았지요.”
“작가가 되어서 어떤 느낌이 들어요?”
“글 쓰는 게 좋아요. 글쓰기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요. 늘 새로운 생각을 해야 되니까 힘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알아주는 여러분 같은 독자들이 있어서 행복하기도 해요.”
작가 임정진이 꿈꾸는 아름답고 따듯한 세상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졌을 것 같다. 임정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진지한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인을 하는 작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호기심에서도 그런 마음 한 자락을 읽을 수 있었다.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은 고원초등학교에 50여 권의 어린이책을 증정했습니다.
조월례
어린이책을 즐겨 읽으며 문화관광부, 중앙일보, 출판인협의회의 어린이책 선정위원을 엮임했으며 책문화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