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눈을 맞추고, 즐겁게 책을 읽자

이번 호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이 주관하는 ‘ 찾아가는 작가’ 행사가 열린 곳은 부산 장산초등학교 ‘ 장산 글숲 도서관’ . ‘ 장산 글 숲 도서관’ 은 2007년 7월에 문을 연 새내기 도서관으로, 아이들이 책을 찾아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문턱 낮은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담당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여름내 구슬땀을 흘리면서 내부단장을 했다. 오늘의 초대작가는 오랫동안 어린이책에 대해 고민하고, 어린이책을 어린이 손에 쥐어주기위해 애써 오신 조월례 선생님. 이날 조월례 선생님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디딘 새내기 도서관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 일방적으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보다, 또 글자나 지식을 위해 책을 읽으라고 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책을 읽는 엄마가 되라’ 며 학부모들에게 특별히 당부했다.

 

 

이번 ‘ 찾아가는 작가’ 가 찾아가는 곳은 부산 산광역시 해운대구 반여1동에 위치한 장산초등학교 ‘ 장산 글 숲 도서관’ 이다. 2007년 7월 5일 개관한 이곳에서 2007년 7월 6일~13일 까지 개관 기념행사를 하면서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이 주관하는 ‘ 찾아가는 작가’ 행사지로 선정되었고, ‘ 내 아이 책은 내가 고른다’ 와 ‘ 아이 읽기 책읽기’ 을 쓴 저자 조월례 선생님이 초대받았다.


선생님은 서울에서 필자는 인천에서부터 출발했는데 찾아가는 길이 멀어서인지 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함께 가기로 한 김임숙 선생이 갑자기 일이 생겨 못 간다고 한다. 기차는 11시에 출발인데 이놈의 버스는 아직도 신촌이다.

“아저씨 제가요, 서울역서 11시 기차를 타야하는데 갈 수 있을까요?”
“죽어도 못 가요”
속이 탄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11시발 부산행 기차는 저만치서 움직이고 있다. 기다렸다가 뒤이어 가는 차를 탔다. 부산서도 만만치 않다.

 

마음은 바쁜데 갈 길은 멀다
“아저씨 아직도 멀었어요?”
“쪼매만 기다리소. 내도 빨리 가고 있으니”
다시금 속이 탄다. 행사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이 아저씨 알고 가는 건지 어쩌는 건지 불안해서 속이 바작바작 탄다. 부산 끝엘 가잔 것도 아닌데 요금표는 15,000원이 후딱 넘어가고 있었다. 분명 만 원 거리라고 했는데.
“아, 여기네요”
드디어 장산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에고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교문에서 한참 기다리고 있다가 학부형을 따라 도서관으로 들어서니 이런, 아직 선생님은 도착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탄 택시는 아예 선생님에게 부산 일주를 시켰나보다. 도서 담당 이상순 선생님과 26명의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이제 막 도서관 단장을 마치고 아이들을 맞기 위해 분주했다. 장산 글 숲 도서관은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사서 보조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른 학교보다 도서관 개관 시간이 이르다. 평일에는 오전 8시 반 ~ 오후 4시 40분까지 문을 연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학기 중에 2시간 반씩 두개의 팀(팀당 2-3인)으로 봉사하고 토요일은 돌아가면서 오후 1시까지 활동한다. 그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개방하는 도서관을 위해 봉사 한다고 하니 장산초등학교 아이들 참 신나겠다. 이상순 담당 선생님과 명예사서 어머니들의 따듯한 열기가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모아들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삶을 ‘ 바꾸는’ 책읽기, 삶을 ‘ 가꾸는 책읽기!’
학교 복도를 따라 도서관에 들어서니 ‘ 삶을 가(바)꾸는 책읽기’ 란 현수막이 보인다. 오늘 강의 제목은 삶을 ‘ 가꾸는’ 책읽기인데 현수막은 삶을 바꾸는’ 으로 되어 있다. ‘ 가꾸’ 면 어떻고 ‘ 바꾸’ 면 어떠랴. 사실 책 읽기를 통해 삶이 바뀌기도 하지 않는가.

실내는 새로 개관하는 도서관답게 밝고 화사하고 아늑하다. 새 책꽂이에 새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그림책, 동화책, 백과사전, 인물전 등 얼핏 보아도 알만한 좋은 책들이 즐비하다. 이만큼 되기까지 도서관 담당 선생님과 명예교사 어머니들이 이 여름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아이들은 저절로 크는 게 아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어머니들이 키우는 거다.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는 선생님들이 키우는 거다.

 

강의가 시작됐다. 초대 작가 조월례 선생님은 25년 가까이 현장에서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책 문제를 강의해 온 베테랑 강사다. 그 현장 경험을 살려 쓴 책이 ‘ 아이 읽기 책읽기’ 다. 이 책은 학부모들을 위한 어린이 책 안내 길잡이 같은 책이다. 주제별, 갈래별로 책을 소개하면서 학부모 교사들에게 더 없이 필요한 독서교육의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오랫동안 어린이도서연구회, 아이큐베이비, 한겨레신문 등에서 어린이 책 상담자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현장감이 팍팍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혀야 될까?
오늘 참석한 학부모들은 주로 도서관 명예 사서들이지만 선생님 이름을 듣고 강의를 듣기 위해 일부러 찾아 온 부모들도 많다. 사인받기 위해 책을 들고 서성이는 엄마들이 많았다. 책 읽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선생님은 전국을 누비며 책읽기 행복을 전파하는 책전도사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혁명가가 되는 건 아니지 싶다.


잠시 도서관을 돌아보는 사이 선생님이 어머니들에게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혀야 할까요?”하고 묻는다. 갑작스런 질문 때문인지 엄마들은 선생님 눈길을 피하며 슬쩍 딴청을 피운다. 선생님은 책을 읽는 것은 저마다 정신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며 아이와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이들과 책을 즐기는 어머니가 돼보자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어 함께 책을 읽어가는 일이 아이들에게 책을 즐겨 읽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이와 소통하다보면 아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위인전보다는 동화, 옛이야기를 많이 읽고 어른이 많이 읽어주는 것이 좋다, 그 시기가 아니면 절대 안 되는, 엄마가 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다 한다. 그게 바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들 마음과 동화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 읽기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발음은 잘 되는지 따위를 알게 된다고, 아이들 마음이 향하는 곳을 알게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엄마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간간히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기도 한다. 조월례 선생님과 엄마들의 뜨거운 열기가 오늘 개관한 장산글숲 도서관을 꽉 채운다. 선생님 강의를 듣다 보니 책은 삶을 가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 바꾸기’ 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월례 선생님은 1980년 5월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알리는 어린이도서연구회 창립 후 어린이 책 문화 활성화를 위해 어린이 책, 출판, 독서 문학 분야에서 강의 및 집필 활동을 하며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경민대학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밖에 ‘ 한국 출판인 회의어린이 책 선정위원’ 학교도서관 문화운동 네트워크 공동대표, 국제 아동도서 협의회 한국지부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 내 아이 책은 내가 고른다 1. 2. 푸른책들. 2002’ ‘ 아이 읽기 책읽기, 사계절2005’ 등이 있다.

 

김인자
어린이 문화 기획 ‘ 오월오일’ 대표